현대자동차 노조가 차기 임금협상 및 단체협약 본교섭에서 회사의 새 제시안이 없다면 투쟁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현대차 노조는 21일 홈페이지에 성명서를 내고 “노조 집행부는 틀에 박힌 노사관계를 뛰어넘는 회사의 변화된 모습을 기대하며 실무협의를 진행했고 회사의 변화된 안이 있다면 본교섭에서 마무리한다는 방침이었다”며 “하지만 회사는 실무교섭을 지지부진하게 끌어가며 본교섭을 개최할만한 변화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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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부영 현대자동차 노조위원장.


노사는 5개월째 임금협상 및 단체협약 교섭을 진행하고 있지만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노사는 7일 임금협상 및 단체협약 33차 본교섭을 열면서 추석연휴, 노조 집행부 선거 때문에 두 달 넘게 중단된 교섭을 재개했다. 

노조에 따르면 노사는 33차 본교섭 이후 20일까지 8차례 실무협의를 진행했지만 회사는 새 제시안을 내놓지 않았다. 

노조는 12월 초에 투쟁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노조는 “기존 노조는 전면파업, 특근거부 등과 같은 투쟁전술을 구사했지만 이는 2017년 생산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핑곗거리를 찾고 있는 회사를 도와주는 것”이라며 “기존 투쟁전술보다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대의명분으로 무장해 위력적 투쟁전술을 준비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5만1천여 명의 조합원들이 염원하는 연내 타결을 위해 노조 집행부는 더 이상 마냥 기다리며 협상에 매달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현대차는 현재 전 세계에서 84만 대에 이르는 재고를 보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생산차질을 빚게 만드는 파업에 나설 경우 회사를 압박하는 효과가 떨어질 것으로 노조는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노사는 23일 오후 3시에 34차 본교섭을 진행한다. 노조는 34차 본교섭에서 회사의 새 제시안이 없을 경우 본교섭이 끝난 직후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향후 투쟁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회사가 17일 노조에 보낸 공문 내용을 놓고도 노조는 강력 반발했다. 

노조에 따르면 회사는 17일 ‘품질문제 관련 협조 요청건’이라는 공문을 보내 “직원들의 품질 의식수준이 낮기 때문에 생산현장의 조립불량 문제가 많이 발생하고 이것이 안티현대차 정서를 키워 내수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품질문제는 노조 조합원들의 의식수준 때문이 아니다”며 “회사가 낮은 비용의 생산을 목표로 정규직 공정에 미숙한 촉탁 계약직과 아르바이트생을 사용하고 터무니없이 적은 연구개발 인력과 경쟁사에 비해 턱없이 낮은 연구개발 투자 등이 그 원인”이라고 반박했다.

노조는 또 “20조 원 이상의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가는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립을 중단하고 10조5천억 원에 사들인 한국전력 부지를 매각하라”며 “이 후 그 돈으로 촉탁 계약직과 비정규직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숙련도를 높여 불량을 줄이고 생산대수와 개발차종에 맞는 연구개발 투자로 품질문제의 근본부터 바로잡아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