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가 친환경차, 자율주행차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하면서 현대차그룹에서 역할이 한층 중요해지고 있다. 

연구개발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지만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현대모비스 연구개발비 가파른 증가, 현대차의 부담 나눠 짊어져

▲ 임영득 현대모비스 사장.


류연화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14일 “현대모비스는 현대차그룹에서 신기술을 이끄는 중심 계열사로 바뀌고 있다”며 “하이브리드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전기차, 수소전기차 등 친환경차의 거의 모든 핵심모듈을 개발생산하고 있다”고 파악했다. 

현대기아차가 2020년까지 하이브리드차 10종,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11종, 전기차 8종, 수소전기차 2종 등으로 친환경차 제품군을 강화하기로 했다. 

현대모비스는 현대기아차에 친환경차 부품을 공급하는 데 더해 자율주행차 부품을 공급하기 위해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 커넥티드카 연구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의 연구개발 기능이 중요해지면서 현대모비스를 통한 연구개발 투자도 늘리고 있다. 

현대모비스의 한 해 연구개발비는 2008년 1천억 원 수준에서 2016년 7천억 원 대로 늘었다. 

류 연구원은 “현대모비스는 최근 자율주행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모빌아이와 제휴를 했으며 유럽, 미국의 해외 연구소에 자율주행 전담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며 “또한 친환경차 핵심 전장부품이 하이브리드차에서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전기차, 수소전기차로 빠르게 확대되면서 현대모비스의 2017년 연구개발비는 8천억 원이 넘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10여 년 동안 연평균 증가율이 무려 25%나 되는 것이다. 류 연구원은 "지나치게 가파른 증가 속도”라고 바라보기도 했다.

현대모비스는 향후 다양한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하면서 투자비용 부담도 늘 것으로 보인다. 48볼트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 개발, 2020년까지 고속도로 자율주행 레벨 3단계 완료, 차세대 연료전기차 스택 및 모듈 개발 등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차의 연구개발비 부담을 나눠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대차의 연구개발비는 금융부문을 제외한 매출액 대비 2.5%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현대모비스의 자동차부문 매출에서 연구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1.5%에서 최근 2.7%까지 올랐다. 
 
류 연구원은 “과거 현대차가 연구개발하고 현대모비스는 생산 위주로 무임승차 해왔으나 앞으로 현대차와 대등한 수준까지 연구개발비를 집행할 것”이라며 “현대모비스가 독자생존하기 위해 거쳐야할 과정이며 현대차 입장에서도 대규모 투자와 오랜 시간이 필요한 친환경차, 자율주행차 개발을 홀로 주도해 나간다면 부담도 크고 기술적으로도 무리일 것”이라고 파악했다.

하지만 주요 글로벌 부품회사의 연구개발비 비중이 보통 5%대인 점을 감안하면 현대모비스가 연구개발 투자를 더욱 늘려야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대모비스가 주요 글로벌 부품회사에 비해 기술 경쟁력이 떨어지는 탓에 현대차그룹이 현대모비스를 통해 연구개발 투자를 늘리는 전략에 물음표가 따라 붙었다. 

현대모비스가 현대기아차를 제외한 주요 글로벌 완성차회사와 거래로 내는 매출이 미미한 데다 국내에서도 품질수준 면에서 선두주자도 아니기 때문이다. 

류 연구원은 “현대차 입장에서는 현대모비스가 연구개발 투자로 기술을 확보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시간적 손해는 감수해야할 것”이라며 “현대차는 굳이 현대모비스가 아니더라도 당장에 친환경차, 자율주행차 관련해 최첨단 기술을 보유한 부품회사들과 함께 연구개발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바라봤다.

그는 “연구개발비를 분담하고 첨단기술을 내재화할 수 있다는 점은 매력적이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신기술 적용이 늦어진 탓에 현대기아차의 신차 경쟁력 약화, 판매 감소로 이어질 경우 현대모비스를 포함해 모든 계열사가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에 환영할 만한 일은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