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7월 청와대에서 열린 기업인 간담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 |
“사회적기업 책도 직접 쓰고 투자도 많이 했는데 성과가 어떻습니까.”
“한 10년 가까이 투자하며 일자리 만드는데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난 7월 기업인 초청 청와대 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최태원 회장이 나눈 대화였다. 문 대통령은 재계 3위인 SK그룹의 총수에게 다른 현안이 아닌 사회적경제를 화두로 꺼냈다. 다른 그룹 총수들과 주로 사업적 얘기를 주고받은 점과 달랐다.
문 대통령은 사회적경제에 관심이 많은데 이를 논의를 하기에는 최 회장이 가장 적합하하다. 최 회장은 문 대통령이 이 주제를 꺼낸 것이 반갑기라도 한 듯 전주비빔빵 등의 사회적기업 성공사례를 들며 대화를 이어갔다.
최 회장은 이날 문 대통령에게 사회적기업의 공공조달시장 참여기회의 확대와 사회적가치 창출 측정시스템 구축 등을 건의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화답해 정부에 관련한 법안 추진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지시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선언한
문재인 정부에서 최 회장이 선도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최 회장이 사회적경제를 구체화할만한 의지와 역량을 지니고 있다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직접 사회적기업과 관련된 책까지 펴낸데다 꾸준히 사회적기업 지원을 이어오고 있다. 사회적가치 창출에 대한 최 회장의 의지는 그만큼 확고하다.
최 회장은 2014년 10월 ‘새로운 모색, 사회적기업’이라는 저서를 옥중에서 집필하며 사회적경제를 놓고 진지한 관심을 나타냈다.
대기업 총수로서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지지 않은 사회적기업을 경제사회적 대안으로 고민했다는 점에서 크게 주목을 받았다.
최 회장은 일찍부터 사회적경제에 눈을 떴다. 사회적기업 육성법이 제정되기도 전인 2006년 SK행복나눔재단을 통해 결식이웃에게 도시락을 공급하고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사회적기업 행복도시락의 설립을 지원했다.
행복도시락은 현재 전국 28개 센터에서 매일 1만2천 개의 도시락을 제공하는 규모로 커졌다. 지난해 매출은 243억 원에 137억 원의 사회적가치를 창출했다.
2009년에는 대기업 최초로 프로보노(Pro Bono)봉사단을 만들었다. 프로보노는 전문가가 공익목적으로 재능을 기부하는 것으로 SK그룹은 사회적기업의 자립을 돕기 위해 임직원들이 경영전략, 마케팅, 홍보, 법무, 재무회계 등을 사회적기업과 소셜벤처에 자문했다.
2013년 KAIST와 협력해 사회적기업가 MBA과정을 개설해 사회적기업가 육성에도 나섰으며 SK행복나눔재단은 지난해 말 기준 12곳의 사회적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최 회장은 저서에서 사회적가치 창출 정도에 따라 금전적 보상을 해주는 사회성과 인센티브 제도를 제안했고 지난해부터 사회적기업에 인센티브를 주기 시작했다. 올해 4월 제2회 사회성과 인센티브 어워드 행사에서는 93개 기업에 48억 원의 인센티브를 지원했다.
최 회장은 최근 들어 사회적경제와 관련된 발언을 더욱 많이 하고 있다. 정부가 사회적경제 활성화 방안을 내놓으면서 재계 안팎의 관심이 커지고 있어 최 회장의 말에도 힘이 실린다.
SK그룹은 매년 10월경 계열사 CEO들을 모아놓고 그룹비전과 경영혁신 방안 등을 공유하는 CEO세미나를 연다. 10월18~20일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린 올해 행사의 주제는 ‘함께하는 성장, New SK로 가는 길’이었다.
최 회장은 마무리강연에서 사회적가치 창출은 윤리적 선택이 아니라 생존과 성장에 필수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사회적 가치가 포함된 경제적 가치는 선택이 아니라 기업의 생존 필수요건이라는 확신을 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 회장은 사회적가치 창출에 대한 신념을 국외에서도 보여줬다. 최 회장은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베이징포럼 2017 개막연설에서 기업의 사회적가치 창출을 역설했다.
그는 “급변하는 세상에서 불평등과 양극화는 정부와 시민단체의 힘을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을 넘었다”며 “기업이 사회적 가치 창출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SK는 사회적 가치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 실천 방안을 만들어 가고 있다”며 “기업과 우리 사회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이 길밖에 없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6월 그룹경영회의와 사회적기업 국제포럼, 8월 이천포럼 등 기회가 날 때마다 최 회장은 사회적가치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최 회장은 사회적기업 국제포럼에서 앞으로 10년간 사회적기업 10만 개를 육성해 사회적기업이 차지하는 경제규모를 GDP의 3% 수준으로 키우자는 비전을 제시했다. 현재 우리나라 사회적기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25%,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은 기업은 1700개 수준에 그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