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추진하는 미국 신사옥 건설을 놓고 지역주민들의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LG전자 신사옥이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훼손한다며 지역주민들이 환경보호단체와 손잡고 반대활동을 하고 있다.

LG전자는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미 현지 법원에서 적법하다는 판결을 받은 만큼 공사를 계획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 환경단체, “자연경관 보호해야 한다” 주장

미국의 환경보호 시민단체인 ‘프로텍트 팰리세이즈 연대’가 9일 뉴욕주재 한국특파원 등 한국 언론을 통해 LG전자의 미주 신사옥 건설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11일 알려졌다.

  LG전자 미국 신사옥 건립, 환경단체 반대에 직면  
▲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이 단체는 칼럼과 동영상을 보내 팰리세이즈 절벽의 역사성을 강조하며 보호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다. 팰리세이즈는 미국 뉴저지주 허드슨 강변에 있는 절벽으로 뉴저지의 대표 ‘랜드마크’다.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자연경관이다.

LG전자는 펠리세이즈 절벽이 있는 뉴저지 잉글우드클립스에 높이 44m의 장방형 신사옥을 건설하고 있다.
프로텍트 팰리세이즈 연대는 신사옥이 완공되면 1개 층이 숲 위로 튀어나와 팰리세이즈 절벽 풍치가 훼손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단체는 “건물을 짓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수평으로 넓게 지으라는 것”이라며 “부지가 27에이커(약 3만4천 평)에 이르는 만큼 층수를 낮춰 지어도 얼마든지 사무실 공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브라이언 스캔런 뉴저지 와이코프자치구 의원은 한글로 번역된 칼럼을 통해 “LG전자의 신사옥 건축 계획은 서울에서 절대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뉴욕타임스 등 미국 주요 언론의 기고가로도 활동한 적이 있다.

스캔런 의원은 “애플이나 GE 등 미국 대기업이 서울의 아름다운 북악산을 가로막는 빌딩을 짓는다면 어떻게 되겠느냐”며 “LG전자의 고층사옥 건설 계획은 펠리세이즈 절벽의 절경을 망친다는 점에서 지역주민과 환경단체, 시민들과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LG전자가 사옥 건립을 강행한다면 미국소비자들은 LG 제품을 다시는 구매하지 않을 것이며 반한국 정서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면서 “LG전자의 고층사옥은 한국 대기업의 오만함을 드러내는 흉물로 전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민과 환경단체들은 생성된 지 2억 년이나 된 팰리세이즈 절벽을 지키기 위해 그동안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음을 강조한다.

시어도어 루즈벨트 전 미국 대통령은 19세기 뉴욕주지사 시절 광산개발로 파괴 위기에 있던 팰리세이즈 절벽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며 보호에 나섰다.

미국 재벌이었던 존 D 록펠러는 1933년 현재 가치로 3억 달러에 이르는 사재를 동원해 이곳을 사유지로 사들여 주정부에 기부했다. 개발을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LG전자를 따라 다른 대형건물들도 우후죽순으로 들어설 것이 우려된다”며 “LG전자가 지역사회와 더불어 살아 갈 줄 아는 훌륭한 기업임을 경영진이 보여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LG전자 미국 신사옥 건립, 환경단체 반대에 직면  
▲ LG전자 미주신사옥이 들어설 예정인 미국 뉴저지주 잉글우드클립스의 팰리세이즈 절벽의 풍광 <뉴시스>

◆ LG전자, “이미 법적허가를 받은 계획”


LG전자는 주민과 환경단체의 주장에 대해 “이미 여러 차례 공정회를 거쳐 승인된 친환경빌딩”이라며 “비용과 시간을 고려할 때 지금 설계를 변경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며 맞서고 있다.

존 테일러 LG전자 미국법인 홍보담당 부사장은 “조감도를 보면 신사옥이 절벽 숲 위로 거의 돌출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신사옥이 풍광을 해친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LG전자 신사옥 인근의 잉글우드클립스와 뉴저지 버겐카운티 주민 대다수는 건설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사옥이 들어서면 2200 명의 고용을 창출할 뿐 아니라 매년 130만 달러의 세금 수입도 기대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잉글우드클립스 시의회는 2012년 건물 고도제한을 35피트(10.7m)에서 150피트(45.7m)로 대폭 완화하는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덕분에 LG전자는 44m 높이의 8층 건물을 지을 수 있게 됐다.

미국 최대 환경단체 자연자원보호위원회(NRDC) 등 환경단체와 일부 주민들은 사옥 신축을 막기 위해 지난해 1월 뉴저지주 법원에 소송을 냈다.

뉴저지주 법원은 지난해 8월 건물 신축이 적법하다며 LG전자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LG전자는 지난해 11월부터 사옥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