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29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호타이어의 채권단 자율협약에 적용될 구조조정 원칙을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자율협약에 들어간 금호타이어의 향후 재매각입찰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참여할 가능성이 지극히 낮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 회장은 29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내 생각에 지금의 금호산업 형편을 보면 재인수가 실질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25일 박 회장을 만나 금호타이어 경영권과 우선매수청구권, ‘금호’의 상표권 포기를 이끌어냈는데 이때 재인수에 관련된 말은 전혀 오가지 않았다며 선을 그었다.
그는 “박 회장은 금호타이어를 살려야 한다는 데에서 나와 인식을 같이해 우선매수청구권을 완전히 포기했고 경영권과 상표권도 내려놓았다”며 “나는 그 약속을 액면대로 받아들여 믿고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의 금호타이어 경영권 등을 박탈하지 않고 자발적인 포기를 이끌어낸 이유를 질문받자 지역경제 기여도와 금호 상표권 문제를 들었다.
이 회장은 “박 회장이 지금까지 지역경제에 기여했고 앞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여지를 생각해 자율적인 참여가 금호타이어 정상화에 도움을 줄 것으로 봤다”며 “금호 상표권은 채권단에서 박탈할 수 없는 점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박 회장이 향후 금호타이어의 매각입찰에 참여할 수 없도록 제한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을 놓고 이 회장은 “박 회장의 재인수를 허용 또는 금지하는 여부는 채권단 준칙의 출자전환주식 처분규정에 맞춰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명시된 ‘채권금융기관 출자전환 주식관리 및 매각준칙’에서 ‘기업의 부실을 일으킨 경영진은 우선협상대상자에서 제외한다’고 규정한 것을 기준으로 삼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용석 산업은행 구조조정담당 부행장은 이 준칙의 적용 여부를 두고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 매각입찰에 참여하는 것을 일방적으로 제한할 수는 없지만 채권단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지 않으면 되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금호타이어 재매각에 박 회장이 걸림돌로 남을 가능성을 지적받자 “박 회장이 경영권, 우선매수청구권, 상표권을 모두 포기하면서 매각에 걸림돌이 됐던 요소들은 해소됐다”며 “잠재적 투자자가 박 회장 때문에 금호타이어 인수를 꺼린다면 적극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채권단협의회의 금융기관 9곳에서 자율협약 체결에 동의했다. 채권단은 앞으로 2개월가량 금호타이어에 외부실사를 실시한 결과를 토대로 구체적인 경영정상화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 회장은 자율협약을 결정한 이유를 질문받자 “실사결과에 따라 워크아웃이나 프리패키지드플랜을 선택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면서도 “자율협약은 채권단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금호타이어의 독자생존 가능성도 높아 기업을 살리기 위해 선택했다”고 말했다.
금호타이어의 자율협약 체결에 따른 구조조정 방향성으로 비용절감을 통해 일자리를 최대한 많이 유지하는 방안을 들었다. 원가절감 등을 통해 인력감축을 최소화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새 정부의 출범 이후 첫 구조조정인 만큼 국정방향에 발맞춰 기업을 살리고 일자리를 지키는 방향으로 진행하겠다”며 “주주, 노동조합, 채권단, 지역사회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고통분담과 협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신규자금 지원 여부를 놓고는 “필요하다면 다른 채권금융기관과 협의해 공평한 분담원칙에 맞춰 신규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채권금융기관들도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기업정상화에 필요한 적정한 신규자금 지원을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채권단은 9월 말에 만기가 돌아오는 금호타이어의 1조3천억 원 규모 채권만기를 연말로 연장했다. 자본감소나 출자전환은 현재 검토하지 않고 있다.
이 회장은 금호타이어 중국법인이 현지은행 등으로부터 빌린 돈의 대출만기 연장 가능성도 높게 바라봤다. 정용석 부행장도 “2010년에도 중국 금융기관들이 비슷한 사안에서 협조해준 적이 있었다”며 “합법적인 대출만기 연장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