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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왼쪽)와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이 30일 국회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여당과 야당이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우리경제가 심각한 상황에 처했다는데 인식을 같이 했다.
주고받은 대표연설이 과거처럼 비난 일색으로 흐르기보다 정책대결에 집중했다는 평가다. 하루 전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가 회동한 효과가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이 30일 국회에서 각각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했다. 여야 대표가 같은 날 나란히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한 것은 2002년 이후 12년만이다.
◆ “지금이 경제회복 위한 마지막 골든타임”
김 대표와 문 위원장은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심각한 위기 상황에 빠져있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말했던 것처럼 지금이 ‘골든타임’이라는 점에 동의했다.
그러나 문제해결을 위한 접근방법은 다소 달랐다. 김 대표는 고통분담을 강조했고 문 위원장은 소득주도성장을 내세웠다.
김 대표는 노동자와 공무원이 고통을 감내한 네덜란드와 노동시장 유연성을 확대하고 시장경제기능을 강화한 독일이 경제위기를 극복한 사례를 들고 이들을 본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지금이 경제를 다시 세울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는 박 대통령의 현실인식에 전적으로 동감한다”며 “선택은 우리에게 달려있다”고 말했다.
문 위원장은 “인위적 경기부양을 하겠다는 초이노믹스는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는 낡은 정책”이라며 “세계는 부채축소, 소득주도성장에 나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 위원장은 더 이상 낙수효과는 없으며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를 전환할 것을 촉구했다.
문 위원장은 “우리 경제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대통령의 말에 동의한다”며 “경제 정상화를 위한 골든타임은 지금이 적기”라고 강조했다.
◆ 복지수준 합의와 재원 마련 논의 위한 협의체 제안
또 두 사람은 복지문제에 대해서 사회적으로 폭넓은 합의가 필요하다며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김 대표는 “여야가 중심이 되고 민관, 노사 등 사회 각 분야가 참여하는 사회적 대타협 운동을 벌일 것을 제안”한다며 “사회적 대타협의 최우선 과제는 복지수준에 대한 국민적 합의”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복지는 혜택이 아니라 국가의 의무”라며 복지문제의 중요성을 부각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공짜복지는 없다”며 “저부담 저복지로 갈지 고부담 고복지로 갈지 방향을 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복지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이뤄져야 재정 건정성을 지키고 국가의 미래를 기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위원장도 복지문제를 논의할 비슷한 성격의 국민대타협위원회를 제시했다.
문 위원장은 “국회 차원에서 지속가능한 복지재원을 논의할 국민대타협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문 위원장은 “여야, 직장인, 자영업자 등 각 계층을 대표하는 단체와 전문가들이 폭넓게 참여하는 국민대타협위원회에서 사회보장 재원 마련방안을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김무성-문희상 서로 높이 평가
이날 정책연설에서 상호비판의 강도가 낮아지고 정책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은 전날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회동에서 현안에 대한 각자의 입장을 정리하고 충분히 논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특히 김 대표와 문 위원장은 상호신뢰를 주고받은 것으로 보인다.
문 위원장은 이날 연설을 마치고 기자들을 만나 “김 대표는 꼼수없이 당당한 통 큰 정치인”이라고 말했다. 문 위원장은 박 대통령에 대한 신뢰도 표현했다. 문 위원장은 “(박 대통령이)작은 정치가 아닌 큰 정치를 한다”며 “대통령을 신뢰한다”고 밝혔다.
문 위원장은 김 대표의 연설을 높이 평가했다. 문 위원장은 “다루는 문제의 시각이 좋다”며 “잘된 연설”이라고 평가했다. 문 위원장은 “고통분담을 호소한 것은 여당으로서 할 말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 역시 문 위원장의 연설을 “야당 대표답게 차분하고 실용적인 연설”이라며 “공감하는 부분이 많다”고 긍정적으로 봤다. 김 대표는 “상대당 대표의 발언을 비판하면 안 된다”며 “우리 대변인에게 그렇게 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고 덧붙였다.
◆ 여야 논평은 비판 목소리 여전
그러나 여야는 대표연설 이후 내놓은 논평에서 여지없이 상대방의 연설 내용을 비판했다.
박대출 새누리당 대변인은 문 위원장의 연설에 대해 “대통령과 여야지도부 회동으로 온기가 돌기 시작한 국회 아궁이에 문 위원장은 마른 장작과 젖은 장작을 섞어 넣은 게 아닌가 하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 박 대변인은 “나름대로 대안을 찾으려는 의욕은 있었지만 다양한 주제를 담은 백화점식 나열”이라고 평가했다.
김성수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김 대표의 연설을 놓고 “민심과 동떨어진 주장”이라며 “김 대표의 평소 소신은 온데 간데 없고 정부 주장을 되풀이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김 대표가 개헌파동으로 몸을 낮춘 듯한 연설”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