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이 북극항로 개척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21일 “북극항로 개척을 놓고 수익성 분석 등 내부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며 “최근 쇄빙LNG선이 별도 쇄빙선 없이 북극항로를 건너기도 했지만 컨테이너선으로 수익을 거둘 수 있을지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왼쪽)과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
북극항로는 부산항에서 러시아 북동부 캄차카 반도와 북극해를 거쳐 네덜란드의 로테르담항까지 가는 항로다.
아시아에서 유럽을 잇는 최단거리 항로로 부산항에서 수에즈운하를 거쳐 로테르담항까지 가는 기존의 남방항로보다 항해거리가 1만1700여 킬로미터 짧고 항해기간은 10여 일가량 줄어든다.
현대상선은 북극항로 운항 계획을 수립해 이르면 2020년 시험운항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에서 신북방정책의 일환으로 러시아와 북극항로 공동개발을 추진하면서 북극항로 개척이 탄력을 받을 수도 있다.
현대상선은 정부가 러시아와 북극항로 개발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경우 러시아 해역의 통행료 인하, 쇄빙선 사용가격 등에서 러시아 협력을 끌어낼 가능성에 기대감을 걸고 있다.
국내 해운사 일부는 북극항로 개척을 지속해서 시도했지만 러시아가 쇄빙선 이용료 등 통행료를 비싸게 물렸던 만큼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등의 문제로 단발성 운항에 그쳤다.
러시아 정부는 2005년부터 북극항로 이용에 쇄빙선 이용료를 포함한 통행료를 부과하고 있다.
현대상선은 북극항로 개척에 성공할 경우 유류비 등 비용을 큰 폭으로 절감할 수 있다.
현대상선은 2015년 말 유동성 위기를 겪은 뒤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비용 절감을 통해 경영을 정상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현대상선이 정부 신북방정책의 다리 9개 가운데 하나인 북극항로 개척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 만큼 정부의 추가 자금지원을 끌어 낼 가능성도 커졌다고 바라보기도 한다.
현대상선은 선복을 100만 TEU까지 늘리기 위해 대형컨테이너선 40척과 컨테이너 확보 등에 9조~10조 원가량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7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에서 한국과 러시아 사이에 북극항로 등 9개의 다리를 놓아 양국의 동시다발적인 협력을 이뤄나가자고 제안했다.
현대상선이 북극항로 개척에 본격적으로 나설지는 미지수라는 시각도 있다.
현대상선이 북극항로를 개척하더라도 위험성이 큰 만큼 오히려 화주들의 이용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북극항로가 열릴 경우 수에즈운하도 해운사를 유치하기 위해 통행료를 낮출 수 있어 북극항로 개발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박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