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 주력상품에 사용되는 부품원가 상승으로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고가모델 ‘아이폰X’의 흥행으로 볼 수 있는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 아이폰 외 일부 제품의 경우 가격이 높아졌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부품계열사를 통해 생산원가 관리에 상대적으로 장점을 지니고 있어 경쟁력을 확보할 기회를 맞았고 스마트폰 판매량과 실적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 애플, 부품원가 상승에 ‘속수무책’
경제전문지 포천은 19일 “애플의 신제품 아이폰X에 사용되는 부품원가만 600달러에 가까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며 “이전작과 비교해 상당히 늘어난 것”이라고 보도했다.
조사기관 서스쿼해나에 따르면 아이폰X의 부품원가는 약 581달러로 아이폰7의 248달러와 비교해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조립비용과 마케팅비, 유통비용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아이폰X는 아이폰7보다 350달러 비싼 가격에 판매되는데 부품원가 차이는 333달러로 크게 다르지 않다. 디자인 변화로 공정이 더 복잡해진 점을 감안하면 생산원가는 더 높을 수도 있다.
애플은 최근 이어진 아이폰 판매둔화에 대응해 수익성이 높은 아이폰X의 판매비중을 높이는 고가전략을 강화하며 영업이익을 크게 늘릴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전작과 비교해 아이폰X의 수익성이 높지 않아 이런 효과는 크게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소비자들이 아이폰X에 가격부담을 느껴 수요가 예상보다 줄거나 가격이 낮아진 아이폰6S, 아이폰7 등을 대신 구매할 경우 오히려 수익성에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부품원가가 오른 가장 큰 원인으로는 삼성디스플레이의 올레드패널과 LG이노텍의 3D센서, 삼성전기의 연성기판 등 고가부품이 처음으로 대거 탑재된 것이 꼽힌다.
이런 부품들이 대부분 시장에서 독점체제를 구축하고 있어 애플이 가격협상에 불리하기 때문이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와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등 핵심부품의 가격상승세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도 원가부담이 커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애플은 고용량 메모리반도체를 탑재하는 ‘아이패드프로’ 시리즈의 가격을 아이폰X 출시에 맞춰 50달러씩 올렸다. 이례적으로 기존에 출시된 제품의 가격을 올려 원가상승에 대응한 것이다.
애플 소비자들은 원가부담이 떠넘겨지는 데 불만을 나타낼 수밖에 없다. 글로벌 전자업체 가운데 가장 강력한 협상력을 갖춘 애플마저 부품가격 상승의 영향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셈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애플은 아이폰X의 높은 가격으로 비판을 받는 한편 거두는 이익은 더 줄어들어 약점을 안고 있다”며 “기술혁신이 가치를 충분히 증명해 흥행하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고 바라봤다.
◆ 삼성전자 LG전자에 다방면으로 이득
애플이 아이폰 등 주력상품의 원가경쟁력 확보에 갈수록 고전하며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스마트폰업체는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는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전기, 삼성SDI 등 계열사에 대부분의 스마트폰 부품을, LG전자는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 LG화학 등에 부품을 공급받는 수직계열 구조를 갖추고 있다.
과거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잡고 있던 시장주도권이 부품기업들로 이동하며 이런 효과가 애플과 같이 단순 고객사 입장에 놓인 기업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경쟁력으로 자리잡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이 4월 홈페이지에 공개한 결과에 따르면 삼성전자 갤럭시S8의 부품원가는 아이폰X의 절반정도에 불과한 301달러 정도로 분석됐다.
갤럭시S8은 아이폰X와 마찬가지로 곡면 올레드패널과 대용량 램, 고성능 카메라 등을 탑재했는데 그동안 부품가격이 더 오른 점을 감안해도 차이가 크다. 삼성전자가 아이폰X를 출시했다면 훨씬 저렴했을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대만 KGI증권은 전자전문매체 맥루머스를 통해 애플이 부품공급에 어려움을 겪어 내년 상반기까지 장기적인 공급부족에 시달릴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8과 LG전자 V30 등 신제품이 대체수요를 끌어모으기도 유리한 입장에 놓인 것이다.
애플이 아이폰X 양산을 앞당기기 위해 구매가격을 높이는 등 더 적극적으로 부품확보에 나설 경우 실적에도 큰 보탬이 될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의 연결실적에, LG이노텍은 LG전자의 연결실적에 포함된다.
물론 애플은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등 하드웨어 이외 분야에도 강점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기본적인 하드웨어 변화를 따라잡는 데도 부담이 커지며 장기적 사업전망도 어두워지고 있다.
애플은 도시바 반도체사업 인수에 참여하고 대만 홍하이그룹과 디스플레이 협력을 추진하는 등 자체 부품공급망 확보에 주력하고 있지만 단기간에 성과를 낼 가능성은 높지 않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