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가 중국에서 사드보복을 겪으며 입지가 위태로운 상황에서 중국 완성차회사들이 본격적으로 해외공략에 나서고 있다.

18일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차는 8월 중국에서 각각 5만3008대, 4만2091대를 팔았다. 2016년 8월과 비교해 현대차와 기아차 중국판매는 각각 35.4%, 45.4% 줄었다. 
 
현대기아차, 중국 자동차회사에게 글로벌에서도 위협받아

▲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현대기아차는 1월부터 8월까지 중국에서 57만6974대를 팔아 2016년 같은 기간보다 44.7% 줄었다. 

현대기아차는 4월부터 중국에서 사드보복을 겪으면서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2016년 중국에서 시장점유율 6위를 차지하던 데서 현재 13위로 밀려났다. 

현대기아차가 2017년 말부터 사드보복 여파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일각에서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가 9월 초 사드 4기를 추가로 배치하면서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국내 기업들이 중국에서 활로를 찾기가 더욱 어려워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마트에 이어 롯데마트가 중국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한 뒤 현대기아차의 중국 철수설까지 불거지고 있다. 또한 현대차와 중국 합자법인 파트너인 베이징기차가 최근 합자법인의 부품조달 문제를 놓고 갈등을 벌이면서 두 회사의 관계가 소원해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현대차의 중국 합자법인인 베이징현대는 현대차와 베이징기차가 갈등을 벌이면서 8월 말과 9월 초에 일부 공장가동을 멈추기도 했다. 

또 기아차 중국 딜러들이 회사를 상대로 판매부진에 따른 피해보상을 요청한 데 이어 현대차 중국 딜러들도 회사에 불만을 표출하거나 현대차 판매를 중단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기아차는 중국에서 사드보복으로 판매부진을 겪으면서 생산 및 판매망도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중국에서 판매부진을 겪고 있지만 중국 철수설은 과도하다”며 “현대차와 베이징기차가 5 대 5로 지분을 투자한 구조이기 때문에 현대차가 중국에서 철수하면 베이징기차도 손해를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기아차가 중국에서 판매부진을 겪는 반면 중국 완성차회사들은 중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 지리자동차는 8월 중국에서 2016년 8월보다 80% 늘어난 9만6505대를 팔았다. 현대기아차는 중국에서 SUV 제품군 부족으로 성장 정체기에 접어든 상황에 있었는데 사드보복이 도화선이 돼 걷잡을 수 없는 판매부진에 빠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완성차회사들이 싼 가격에 상품성을 갖춘 SUV를 대거 선보이면서 현대기아차의 중국 고객을 뺏어가고 있다. 지리자동차는 2016년 보웨를 포함해 SUV 3종을 새롭게 선보였고 보웨는 8월 중국에서 2만 대 이상이 팔리면서 지리자동차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중국 완성차회사들이 해외공략을 확대하면서 현대기아차는 중국은 물론 다른 나라에서도 중국차에 치일 수도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14일 “중국 완성차회사가 해외에서 폴크스바겐이나 현대차 등과 경쟁해 수익성을 높이려는 것”이라며 “일부 중국 완성차회사들은 해외로 진출하기 전에 중국에서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리자동차는 2010년 스웨덴 볼보를 인수한 데 이어 2018년 유럽에서 볼보와 합작한 고급차 브랜드 링크앤코를 출범한다. 

지리자동차의 경쟁상대로 꼽히는 창청자동차는 이미 이탈리아에 픽업트럭을 수출하고 있는데 최근 미국 지프를 인수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면서 해외시장을 확대할 의지를 내비쳤다.

체리자동차는 주로 신흥국에 차량을 수출해왔는데 12일에 개막한 독일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유럽 전략형 콘셉트카인 익시드TX를 선보여 관심을 끌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