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주가가 장기간 이어졌던 정체기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증권사들도 다시 목표주가를 올리고 있다.
삼성전자가 투자와 인수합병에 다시 시동을 걸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공백 여파를 만회하며 기업가치 상승을 위해 주주환원정책도 크게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 이재용 공백 만회에 속도
18일 삼성전자 주가는 직전 거래일보다 4.13% 오른 262만4천 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처음으로 260만 원대에 올라 7월 이후 약 2개월 만에 역대 최고주가를 보였다.
삼성전자 주가는 이재용 부회장이 실형선고를 받은 8월 말 전후로 계속 약세를 보였다. 총수일가의 장기공백이 삼성전자에 미칠 영향을 놓고 투자자의 불안이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대규모 투자계획을 연이어 내놓고 외부 투자와 인수합병을 위한 펀드를 설립하는 등 이 부회장의 역할을 대체할 장치를 마련하며 주가가 상승세를 되찾고 있다.
특히 이 부회장이 진출을 주도한 전장부품사업에 삼성전자가 꾸준한 투자를 벌이기 위해 3천억 원 이상을 들여 세운 ‘오토모티브 혁신펀드’의 역할이 가장 주목받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삼성전자가 자동차 전장부품에 대규모 투자계획을 내놓은 것은 이 부회장이 실형선고를 받은 뒤에도 신규투자를 이어가겠다는 확실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경민 대신증권 연구원도 삼성전자의 투자펀드 설립이 이 부회장의 부재에 따른 인수합병과 투자 차질 가능성을 방어하는 역할을 해 주가부양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으로 내다봤다.
이 부회장은 그동안 삼성전자에서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 등 주요결정을 담당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펀드를 통해 자금을 운영할 경우 주요 의사결정자의 승인을 받지 않아도 체계적으로 투자를 결정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전장부품 전용 투자펀드 외에도 삼성벤처투자와 미국에 설립한 IT펀드 등을 통해 다양한 글로벌 기업에 투자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김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펀드를 통해 신생기업에 5~10년에 이르는 장기적 지원을 계획하고 있다”며 “이런 노력이 주주들의 우려를 해소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 주주환원 강화 기대도 높아져
삼성전자가 주주환원정책을 점점 강화하고 있는 점도 주가상승이 예상되는 이유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잉여현금의 50%를 주주환원에 사용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는데 올해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 역대 최대규모의 시설투자를 벌여 주주환원에 들이는 금액이 예상보다 적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면 내년부터는 영업이익이 올해보다 늘어나는 반면 시설투자는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돼 자사주 매입과 현금배당에 사용되는 자금을 대폭 늘려 주가부양에 효과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노근창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주가상승을 위해 실적 이외의 새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내년부터 이어질 주주환원정책의 방향이 주가를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10월 열리는 3분기 실적발표회에서 내년부터 2020년까지 이어지는 장기 주주환원정책을 새로 발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주가상승을 이끄는 강력한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김상호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연말부터 자사주 매입과 소각에 더 속도를 내는 새 주주환원정책을 실행할 가능성이 높다”며 “기업가치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의 실적성장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주가부양정책 강화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며 한동안 잠잠했던 국내 증권사들의 목표주가 올리기 행렬이 최근들어 다시 이어지고 있다.
9월 들어 이베스트증권이 역대 가장 높은 330만 원을 목표주가로 제시한 가운데 유진투자증권이 315만 원, 키움증권이 310만 원 등으로 각각 목표주가를 높여잡으며 뒤를 잇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삼성전자는 최근 여러 위기를 겪은 뒤 투자자들의 요구를 적극 받아들여 주주환원을 강화하고 있다”며 “최소 2020년까지 실적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주주들에 돌아가는 이익도 커질 것” 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