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장기적인 정착에 이르기 위해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게 나온다.

해외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자산관리 서비스, 모바일뱅킹 서비스, 고객관리 서비스 등 특정 분야에 전문성을 확보한 곳만이 살아남은 것으로 분석됐다.
 
K뱅크 카카오뱅크, 3년 안에 승부 못 보면 도산한다

▲ (왼쪽)이용우·윤호영 카카오뱅크 공동대표와 (오른쪽)심성훈 K뱅크 행장.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 1호 K뱅크와 2호 카카오뱅크가 차별화된 서비스를 내놓지 못하면 다른 해외 사례를 비추어 봤을 때 머지않아 한계에 부딪칠 가능성이 높다.

인터넷전문은행은 1995년 미국에서 처음으로 등장했다. 수많은 크고 작은 인터넷은행들이 호기롭게 등장했다 사라지기를 반복해 현재 미국에서 20여개, 일본에서 8개 유럽에서 30여개 등의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영업을 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영업을 개시한 뒤 3~5년 동안은 사실상 순이익을 거두기 어려웠고 이 시기에 승부를 걸지 않으면 결국 도산의 길을 밟게 된 것으로 분석됐다. 

K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출범 전 중금리대출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나섰지만 포부와는 달리 딱히 다른 은행들과 차별점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K뱅크와 카카오뱅크 역시 고신용자 대출 쏠림현상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는 8월27일 기준으로 1~3등급 고신용자 대출금액이 전체 대출금액 가운데 89.3%를 차지한다. K뱅크도 8월1일 기준으로 고신용자 대출 비중이 60%에 이른다.

금리 역시 기존 디딤돌대출이나 사잇돌대출 등의 정책금융상품이나 저축은행들이 내놓고 있는 중금리대출상품들과 비슷한 수준이다. 

해외 인터넷전문은행들은 각기 다른 차별화전략을 펼치며 시중은행들 사이에서 그들만의 영역을 다지고 있다.

미국 찰스슈워브뱅크(Charles Schwab Bank)는 모회사인 찰스슈워브 증권사와 시너지로 차별화된 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해 미국 최대 인터넷은행으로 성장했다.

찰스슈워브뱅크는 은행 고객들이 각종 종합자산관리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증권계좌와 은행계좌를 연계한 서비스를 제공했다. 빅데이터로 개인투자성향을 고려해 자동으로 자산관리를 해주는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도 발 빠르게 출시해 고객들을 끌어 모았다.

일본 SBI스미신넷인터넷은행(SBI Sumishin Net Bank)도 은행계좌와 증권계좌를 결합한 SBI하이브리드 계좌를 통해 자산관리서비스의 물꼬를 튼 계기로 일본의 1등 인터넷전문은행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

일본 지분은행(Jibun Bank)은 모바일뱅킹서비스가 핵심사업으로 꼽힌다. 

지분은행은 휴대폰 카메라를 이용해 본인확인을 해 계좌를 개설할 수 있는 서비스나 휴대폰 분실 시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서 통신기능 정지되면 지분은행 거래가 차단되는 시스템 등 모바일 채널로 제공할 수 있는 금융서비스를 최대한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 시작되고 있는 은행 계좌번호 없이 수취인의 휴대폰 전화번호만으로도 송금이 가능한 서비스를 지분은행은 2011년부터 시행했다. 

독일 피도르은행(Fidor Bank)은 소셜네트워크(SNS)서비스를 활용한 마케팅전략에 집중해 은행의 인지도를 끌어올렸다. 서비스제공자인 은행 중심의 영업에서 벗어나 소비자 중심의 경영을 도모해 성공을 이끌었다. 

피도르은행은 트위터나 페이스북, 유튜브, Xing 등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채팅 공간과 커뮤니티를 만들어 소비자의 신뢰를 구축하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은경완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해외 사례를 보면 가격경쟁력을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으로 꼽을 경우 인터넷전문은행의 수익성은 악화될 밖에 없었다”며 “가격경쟁력 대신 소비자 편의성 및 만족 중심의 영업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