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인프라코어가 재무구조를 개선해 정상기업으로 탈바꿈하기까지 가야할 길이 아직도 멀어 보인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인프라코어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과도한 차입금 부담에서 벗어나는 데 여전히 애를 먹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 재무구조 개선까지 가야할 길 '구만리'

▲ 손동연 두산인프라코어 사장.


반기보고서를 놓고 보면 두산인프라코어가 내년 6월 말까지 갚아야 하는 단기차입금의 규모는 모두 1조3953억 원이다. 지난해 말보다 단기차입금 규모가 4431억 원 늘었다.

갚아야 할 시기가 1년 이상 남은 장기차입금의 만기가 1년 이하로 줄어들면서 단기차입금 규모가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단기차입금에 포함되지 않는 재무부담도 지고 있다.

2012년 10월에 미국 특수목적법인인 CPL로부터 신종자본증권 형태로 5억 달러의 자금을 조달했다. 신종자본증권은 회계상 갚을 의무가 없는 항목으로 분류되지만 꾸준히 이자를 갚아야 한다는 점에서 부채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5억 달러의 신종자본증권을 놓고 그동안 연이율 3.25%의 이자를 내왔다. CPL과 맺은 계약에 따라 10월부터는 연이율이 8.25%까지 높아진다.

두산인프라코어는 8월에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 5천억 원으로 차입금을 갚으려는 계획을 세웠다. 주식담보대출 500억 원, 회사채(2건) 2344억 원, 신종자본증권 2억 달러로 신종자본증권 잔여차입금 3억 달러는 외화 보증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기로 했다.

이런 차입금 상환계획을 보면 결국 부채로 부채를 돌려막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두산인프라코어 관계자는 “회사 입장에서는 더 나은 조건의 금융상품으로 더 적은 금융비용을 지출하기 위해 신주인수권부사채 등을 발행한 것”이라며 “회사의 재무건전성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차입금을 상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차입금 부담이 계속된다는 점이다.

두산인프라코어가 보유한 장기차입금은 모두 1조7852억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3336억 원 늘었다. 장기차입금의 만기가 가까워지면 단기차입금으로 항목이 바뀌고 계속해서 상환계획을 짜야 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두산인프라코어가 앞으로도 실적개선에만 집중하기는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앞으로도 적어도 1년에서 길게는 3년까지 차입금 상환부담에서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증권사와 신용평가사 등은 바라보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 관계자는 “회사의 재무구조에 대한 외부평가는 최근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의 청약흥행으로 가늠할 수 있다고 본다”며 “수익성을 최우선으로 삼는 기관들이 신주인수권부사채 인수에 경쟁적으로 뛰어든 것은 그만큼 두산인프라코어의 재무구조가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 것이라고 파악된다”고 말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7월 말에 일반투자자들을 대상으로 3480억 원의 신주인수권부사채 청약을 실시했는데 당시 8조1184억 원의 금액이 몰렸다. 청약경쟁률은 23.3대 1이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