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세영 SBS미디어그룹 회장이 물러난다.

윤 회장은 11일 SBS 사내방송을 통해 담화문을 발표하고 “든든한 후배들을 믿고 이 노병은 이제 홀가분한 마음으로 은퇴하겠다”며 “SBS미디어그룹 회장과 SBS 미디어홀딩스 의장을 사임하고 소유와 경영의 완전분리를 선언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윤세영, 아들 윤석민과 함께 SBS 경영일선에서 퇴진

▲ 윤세영 SBS미디어그룹 회장. 


그는 “(아들인) 윤석민 SBS 이사회 의장도 SBS 이사와 이사회 의장, SBS미디어홀딩스 대표이사, SBS콘텐츠허브와 SBS플러스의 이사와 이사회 의장 등도 모두 사임하고 대주주로서 지주회사인 SBS미디어홀딩스 비상무이사만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회장은 “이런 조치는 대주주가 향후 SBS 방송, 경영과 관련하여 일체의 관여를 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자 명실상부하게 소유와 경영을 완전히 분리하는 제도적인 완결”이라며 “SBS 대주주는 상법에 따른 이사 임면권만 행사하고 경영은 SBS 이사회에 위임하여 독립적인 책임경영을 수행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회장 부자가 사퇴를 결정한 것은 윤 회장이 SBS 간부들에게 보도지침을 내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내부에서 사퇴요구가 거세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에 따르면 윤 회장은 지난해 4월과 9월 SBS 간부들에게 “정부의 지원을 받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을 도와줘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빚을 졌다” 등의 발언을 하고 10월에는 SBS 보도본부의 부장이상 간부들에게 친정부적 행동지침이 담긴 문서를 나눠주기도 했다.

윤 회장은 보도지침 관련 논란이 불거진 것과 관련해 일부 시인하고 사과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우리가 안고 있는 어려움(지상파 관련 규제 등)을 개선하기 위한 과정에서 부득이 절대 권한을 갖고 있던 당시 정권의 눈치를 일부 봤던 것도 사실”이라며 “하지만 언론사로서 SBS가 넘지 말아야할 선을 넘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하지만 과거 이런 저의 충정이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공정방송에 흠집을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이점과 관련해서는 분명히 사과한다”고 말했다.

윤 회장 부자의 사퇴를 두고 SBS노조는 꼼수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SBS 노조는 “(윤 회장이) 이사 선임권은 계속 들고 사장을 자기 마음대로 앉혀서 조종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노조의 요구안이 전달되기도 전에 일방적으로 물타기 안을 던져 소나기를 피하겠다는 꼼수를 피운 것”이라며 “조합은 (이번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태영건설 등을 거느린 태영그룹의 회장이고 윤석민 의장은 부회장이다. 윤 회장 일가가 최대주주로 있는 태영건설이 SBS와 자회사의 지주회사인 SBS미디어홀딩스의 지분 가운데 61.2%를 보유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