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과 LG화학, 한화케미칼 등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이 미국 허리케인 상륙에 따른 반사이익을 볼 수도 있다. 

미국 석유화학시설이 허리케인 ‘하비’ 등의 영향으로 가동중단을 이어가면서 석유화학제품가격이 가파르게 뛰고 있는데 당분간 이런 흐름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롯데케미칼 LG화학 한화케미칼, 미국 허리케인 반사이익 본다

▲ 김교현 롯데케미칼 사장.


노우호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11일 “태풍 하비의 영향이 정유업계에서 화학업종으로 옮겨가고 있다”며 “미국 석유화학기업들이 기존 에틸렌생산시설의 가동을 계속 중단하고 있고 신규ECC(에탄분해시설)증설작업 일정이 지연됐다고 밝히면서 국내 석유화학기업의 수혜를 입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비가 미국 텍사스주를 강타하면서 9월 둘째주 기준으로 미국 에틸렌생산설비 가운데 22.7% 정도가 가동을 중단하고 있다.

재가동에 들어간 에틸렌생산설비도 설비점검 수준으로 가동률이 낮아 미국 화학회사들이 에틸렌생산설비를 정상화하기까지 한 달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미국 에틸렌생산설비가 가동중단을 이어가면서 에틸렌 가격은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에틸렌 가격은 9월 초 톤당 1190달러까지 올랐는데 이는 한 달 전보다 15.5% 오른 것이다. 

노 연구원은 “미국 허리케인의 영향으로 국내 석유화학기업 가운데서도 특히 롯데케미칼이 실적성장의 기회를 잡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롯데케미칼은 연간 323만t 규모의 나프타분해시설을 갖추고 있다. 나프타분해시설은 원유에서 추출한 나프타를 바탕으로 에틸렌을 생산하는 에틸렌생산설비를 말한다. 롯데케미칼의 나프타분해시설 규모는 LG화학과 여천NCC, 한화토탈, SK종합화학, 대한유화보다 압도적으로 큰 것이다.

허리케인 영향으로 미국에서 에탄분해시설 증설작업이 차질을 빚는 점도 롯데케미칼과 LG화학 등 국내 석유화학기업의 하반기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정보기업 플래츠(Platts)에 따르면 글로벌 대형석유화학회사 사솔 등 미국 화학회사들은 루이지애나에 에탄분해시설을 증설하고 있지만 허리케인 영향으로 증설공사를 중단했다. 이 때문에 올해 말이나 2018년으로 예정돼 있던 신규 에탄분해시설의 상업가동시점이 늦춰질 가능성이 높다.

롯데케미칼 등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그동안 미국 신규 에탄분해시설이 올해 말부터 상업가동을 시작하면 에틸렌 공급과잉으로 수익성에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는데 이런 가능성이 다소 완화된 셈이다.
 
롯데케미칼 LG화학 한화케미칼, 미국 허리케인 반사이익 본다

▲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왼쪽)과 김창범 한화케미칼 사장.


다만 미국 허리케인 강타로 롯데케미칼이 진행하고 있는 미국 에탄분해시설 건설작업도 타격을 받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롯데케미칼은 미국에 2조 원 후반의 자금을 들여서 셰일가스를 바탕으로 해마다 에틸렌 100만 톤, 에틸렌글리콜 80만 톤을 생산할 수 있는 에탄분해시설을 세우고 있다. 이 설비도 허리케인이 상륙한 루이지애나주에 있는 만큼 공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다.

LG화학과 한화케미칼, 한화토탈도 미국 허리케인 상륙으로 반사이익을 볼 기업으로 꼽힌다. 

LG화학과 한화케미칼은 사실상 국내에서 유일하게 폴리염화비닐(PVC)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국내에서 폴리염화비닐 생산규모 1, 2위에 올라 있다. 

한화토탈은 한해 스티렌모노머(SM, 스티로폼과 합성고무 등 원료)을 105만 톤 생산할 수 있는데 이는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다. 

대신증권은 “아시아 폴리염화비닐 구매기업이 미국산폴리염화비닐의 제품결함을 걱정해 미국산제품의 구매를 꺼리면서 아시아 폴리염화비닐 가격이 강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중국이 미국의 허리케인 영향으로 미국산스티렌모노머를 구입하지 못하면서 아시아 스티렌모노머 가격이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