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희 기자 ssul20@businesspost.co.kr2017-09-06 15:4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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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래 한국 석유공사 사장이 가시방석에 앉게 됐다.
감사원에서 김 사장이 채용비위를 저질렀다고 발표하면서 입지가 좁아질 공산이 큰데다 그의 사퇴를 요구하는 노조의 목소리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 김정래 한국석유공사 사장.
6일 업계에 따르면 김 사장은 채용비위와 관련해 조만간 인사조치를 받을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번에 채용비위가 확인된 공공기관장들을 엄중하게 처벌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산업부는 비위행위의 경중에 따라 기관장 해임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이 5일 발표한 ‘공공기관 채용 등 조직인력운영 실태’ 감사결과에 따르면 김정래 사장은 취임 다음날인 2016년 2월3일 처장에게 전 직장 후배와 고교·대학후배의 이력서를 직접 건네며 이들을 1급 상당 계약직으로 채용하도록 지시했다.
김 사장은 이들을 짧은 기간(10일) 내 채용하도록 요구하는 등 채용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했으며 채용계획도 세우지 않은 채 채용작업을 진행하도록 했다.
감사원은 “김 사장을 포함해 비위행위가 확인된 현직 기관장들의 인사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돼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주무부처에 인사자료로 활용하도록 통보했다”고 말했다.
감사원의 발표가 난 뒤 노조는 즉각 성명을 내고 “석유공사는 공공기관장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져버린 김 사장의 행태로 인해 경영이 마비된 상태로 하루하루 위태로운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며 “정부는 즉각 김 사장을 해임하라”고 요구했다.
노조는 “채용비위와 관련해 김 사장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식이었으나 이번 감사 결과로 모두 거짓임이 드러났다”며 “김 사장의 적폐행위는 여기서 끝이 아니라 곧 특별근로감독 결과 발표에서 추가로 드러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사장은 채용 절차상 규정위반이 있었던 것은 맞지만 자신의 지인들을 채용한 것 자체는 잘못이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감사결과가 발표된 뒤 페이스북을 통해 “감사원의 지적은 절차상으로 위반이 있었다는 정당한 지적일 것”이라며 “그러나 나의 전문계약직 채용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앞에서 공공노련과 공기업정책연대가 2017년 7월12일 '김정래 사장 퇴출을 위한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열어 공공기관 적폐청산과 김정래 한국석유공사 사장 퇴출을 촉구하고 있다.
김 사장은 “전문계약직 채용은 석유공사의 구조조정과 정상화를 위해 꼭 필요했고 공사에 큰 도움이 되었으며 규정을 어기면서 채용을 하라고 강요한 적은 없다”며 “채용과 관련해 정부, 노조 위원장, 감사에도 이력서를 보여 주며 상의했는데 6개월 이상이 지난 뒤 석유공사의 감사실이 채용절차상의 문제를 지적하자 (노조가)시비를 걸고 사장을 공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간기업 출신인 김 사장은 성과중심주의와 비용효율화 등을 통해 석유공사의 흑자전환을 이끌어냈지만 이 과정에서 노조와 관계가 틀어져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노조는 지난해 11월부터 김 사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공공기관 개혁에서 노동자의 목소리를 중시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노조와 끊임없이 불협화음을 빚고 있는 김 사장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