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심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 사장은 이 부회장이 위기를 겪을 때마다 대안으로 떠오른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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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
그러나 경험과 명분이 모두 부족한 상황에서 이 사장이 이 부회장을 대신해 그룹 전면에 나설 가능성은 사실상 크지 않다.
28일 삼성그룹과 재계에 따르면 호텔신라 주가는 이재용 부회장과 밀접한 관계를 보이며 움직이고 있다. 호텔신라 주가는 이 부회장이 실형을 선고받던 날 다른 삼성그룹주와 달리 상승세로 장을 마감했다.
이 회장이 구속된 2월17일 호텔신라 우선주 주가는 상한가로 치솟기도 했다.
이 부회장의 동생인 이부진 사장이 빈자리를 대신할 수 있다는 분석이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팀 컬팬은 25일(현지시각) ‘Samsung's Next Chief Hides in Plain Sight’(삼성의 다음 수장은 잘 보이는 곳에 있다)라는 제목의 블룸버그 칼럼에서 이부진 사장을 거론했다. 그는 삼성그룹이 삼성전자 이사회에 오너일가를 계속 두기를 원할 경우 이부진 사장이 이사회 멤버에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블룸버그는 이 부회장이 구속되기 전인 지난 1월에도 미국 한미경제연구소 관계자를 인용해 이 부회장이 아닌 오너일가에서 다른 인물이 삼성그룹 경영을 총괄할 수 있다며 이 사장을 유력한 후보로 거명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부진 사장이 이 부회장을 대신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 사장이 삼성그룹의 최대 계열사인 삼성전자를 이끌기에 경험이 부족하고 오너일가의 지배력이 유지되는 데 대한 비판적 여론이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그룹 안팎이나 호텔신라 관계자들도 모두 “가능성 없는 얘기”라며 일축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부진 사장 등판설이 계속 제기되는 이유는 그동안 국내에서 총수가 구속되는 등 그룹이 위기에 직면했을 때 친인척이 투입돼 위기를 수습한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CJ그룹에서 이재현 회장이 구속되자 외삼촌인 손경식 CJ 회장과 누나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이 그룹경영을 직접 챙겼다. 특히 이 과정에서 손 회장은 7년 반 넘게 맡아왔던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에서 물러나 그룹 경영에 전념했다.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 역시 구속된 형 장세주 전 동국제강 회장을 대신해 동국제강을 이끌고 있다. 장 부회장은 장세주 전 회장이 개인비리로 물러난 뒤 동국제강의 단독 대표이사를 맡아 구조조정에 주력했다.
이부진 사장이 호텔신라 경영에서 성과를 내온 점도 이부진 사장 등판설이 계속 떠오르는 이유로 꼽힌다.
호텔신라는 올해 1분기에 사상 처음으로 분기 기준으로 매출 1조 원을 돌파했다. 2분기에 영업이익 173억 원을 기록했는데 이 가운데 91억 원이 호텔과 레저사업에서 나왔다.
그동안 호텔신라는 지나치게 높은 면세점사업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는데 호텔사업이 정상화에 접어들면서 이런 우려도 불식했다.
팀 컬팬도 블룸버그 칼럼에서 이 사장이 호텔신라에서 거둔 성과를 언급하며 “이 사장이 스스로의 가치를 실적으로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