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프리미엄 노트북 ‘맥북’ 시리즈의 경쟁력 확보에 고전하고 있다. PC사업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있는데 시장변화에 대응도 늦어지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노트북 주력제품의 성능과 기능발전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데다 부품기술력 등에 장점도 갖춰 글로벌 PC시장에서 영향력을 갈수록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 '맥북' 판매 고전, 삼성전자 고가 노트북 판매 확대 기회  
▲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왼쪽)과 팀 쿡 애플 CEO.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22일 “애플이 맥북 시리즈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큰 고민에 빠져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프리미엄 노트북의 수요층을 대거 놓칠 수도 있는 위기”라고 보도했다.

포브스는 인텔이 21일 발표한 8세대 CPU ‘카비레이크’ 신제품이 올해 출시되는 맥북 시리즈에 탑재되지 않는다는 점을 놓고 이렇게 평가했다.

인텔의 새 CPU는 4K급 고화질과 가상현실기기 지원 등 최신 기술흐름에 맞춘 신기능을 대거 탑재하고 있다. 구동속도와 전력효율 등에도 큰 폭의 기술발전이 적용됐다.

삼성전자는 인텔의 발표가 나온 직후 하반기 PC 주력상품 ‘노트북9’ 시리즈에 최신 CPU를 탑재해 라인업을 재편해 내놓는다고 밝혔다. 기술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애플의 경우 철저한 ‘완벽주의’ 기조를 바탕으로 대부분의 상품을 오래전부터 기획하고 검토한 뒤 출시하는 단계를 거치는 만큼 새 CPU 탑재가 늦어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

포브스는 “팀 쿡 애플 CEO가 그리고 있는 PC사업의 미래는 이번을 계기로 더 뚜렷해졌다”며 “PC시대가 완전히 종말을 맞을 것이라고 판단해 단계적으로 축소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애플은 PC사업에서 점차 손을 떼며 아이폰과 아이패드, 사물인터넷기기 등 신제품에 역량을 집중하는 사업재편에 나서고 있다. 신제품 출시주기는 갈수록 길어지고 성능개선폭은 줄어들고 있다.

애플 홈페이지의 실적발표자료에 따르면 PC사업은 지난해 전체 매출의 1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여전히 중요한 사업부문이다. 콘텐츠와 모바일기기 등 다른 사업과 시너지를 낼 요소도 많다.

하지만 최근들어 맥북 시리즈 신제품이 시장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으며 인기가 빠르게 하락하고 있는 것도 애플의 PC사업 축소를 가속화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말 출시한 고가 노트북 ‘맥북프로’ 신제품은 소비자평가지 컨슈머리포트의 추천을 받지 못한 애플 최초 노트북이라는 오명을 남겼다. 배터리 성능에 이어 터치방식 키보드 등 새 인터페이스 기능도 활용성 등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올해 신제품도 대규모 변화가 예상되지 않는 데다 최신 CPU도 탑재되지 않아 시장에서 주목받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고가 노트북 구매자들의 수요를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애플의 맥북 시리즈는 비슷한 사양의 다른 업체의 제품보다 2~3배 정도 비싸게 판매된다. 성능과 디자인 경쟁력 등을 이유로 고가 노트북을 찾는 수요를 놓치면 시장에서 자리를 잡기 어렵다.

사용자들의 콘텐츠와 프로그램 이용이 모바일 중심으로 재편되는 환경에서 애플이 자체개발해 적용하는 PC운영체제 ‘맥OS’의 차별화 경쟁력이 주목받지 못하는 것도 전망을 어둡게 한다.

  애플 '맥북' 판매 고전, 삼성전자 고가 노트북 판매 확대 기회  
▲ 삼성전자 프리미엄PC '노트북9 S펜'에 적용된 전용 인터페이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고가 노트북의 기능과 성능발전에 빠른 속도로 앞서 나가며 프리미엄 노트북 수요를 애플로부터 대거 빼앗아와 승기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전자가 인텔의 최신 프로세서를 적용해 내놓는 ‘노트북9’는 전용 펜 ‘S펜’과 터치 디스플레이 등 차별화요소를 탑재하고 있다.

최대 15시간을 이용할 수 있고 보조배터리로 충전할 수도 있는 특수 배터리와 밝기를 높인 디스플레이, 고성능 반도체 등이 대거 적용됐다.

삼성전자가 자체 반도체사업과 계열사인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등을 통해 막강한 부품기술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것이 이런 기술발전을 추진할 수 있는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시장조사기관 IDC 홈페이지의 조사결과 2분기 글로벌 PC시장에서 점유율 1~3위는 HP와 레노버, 델 등 보급형 노트북의 판매비중이 높은 업체들이 올랐다. 애플은 4위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7~8위권 안팎으로 추정되는데 단기간에 점유율을 높이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하지만 애플의 고가 노트북 수요를 빼앗아온다면 수익성에 충분히 기여할 수 있다.

PC시장은 교체수요 감소로 수년째 침체를 겪고 있지만 일정한 수준의 수요는 계속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가 노트북 경쟁력을 증명한다면 시장에서 자리를 굳건히 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PC사업 매각도 검토했지만 결국 유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체질개선을 위한 고가모델 중심의 라인업 재편과 연구개발이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올해 출시한 노트북 신제품에 자체 화질개선기술 HDR과 갤럭시노트 시리즈와 같은 S펜 전용 인터페이스를 적용하는 등 TV와 스마트폰사업에서 쌓은 기술력도 집약해 내놓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