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맥주 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음료 등 맥주회사 3곳이 수제맥주시장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주세법 개정안의 등장에 긴장하고 있다.

3일 국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2일 소규모 맥주회사의 시장진입 활성화와 수제맥주 생산확대를 위해 주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오비맥주 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음료, 수제맥주 '주의보'  
▲ (왼쪽부터)김도훈 오비맥주 대표, 김인규 하이트진로 사장, 이종훈 롯데칠성음료 주류BG 대표이사.
개정안에는 △소규모 맥주회사 기준 완화 △소규모 맥주회사의 소매점유통 허용 △맥주 원재료 범위 확대 등의 방안이 포함됐다.

개정안은 소규모 맥주회사 기준을 기존 연간 출고량 5천~7만5천 리터에서 5천~12만 리터로 확대했다.

소규모 맥주회사는 제조원가를 기준으로 세금을 내기 때문에 출고가 기준으로 내는 일반 맥주회사보다 세금부담이 적다.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회사가 일정규모로 성장할 때까지 세금부담이 줄어드는 만큼 후발주자들의 진입장벽이 낮아지는 셈이다.

정부는 소규모 맥주회사의 소매점 판매도 허용하기로 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소규모 맥주회사도 대형할인마트, 편의점 등에서 판매할 수 있게 된다. 기존에는 제조장이나 영업장에서만 판매할 수 있었다.

맥주제조에 들어가는 원료도 발아보리, 홉, 물만 되던 것을 고구마, 밤 등 녹말류도 허용하기로 했다. 수제맥주는 생산규모가 작아 일반맥주보다 원료교체가 수월하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수제맥주시장이 더 빠르게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수제맥주시장은 지난해 이미 200억 원 규모로 4년 새 30배 이상 급증했다. 올해 400억 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맥주3사 입장에서는 주세법 개정안이 달갑지 않을 수밖에 없다. 수입맥주시장의 성장에 대응하기도 바쁜데 수제맥주까지 상대해야 할 경우 수익감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수입맥주 매출은 6200억 원가량으로 2015년보다 24%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하이트진로의 맥주부문은 영업손실 220억 원을 내 2015년보다 적자가 180억 원 늘었고 롯데칠성음료의 주류부문은 영업이익이 274억 원으로 2015년보다 39.38% 급감했다. 오비맥주는 지난해 영업이익 3723억 원을 내 2015년보다 3.6% 줄었다.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는 올해 상반기 각각 신제품 필라이트와 피츠를 출시해 대응했지만 필라이트는 기존 제품보다 40% 가량 저렴해 수익성이 낮고 피츠는 초반 홍보비용이 크게 잡히며 당분간 수익에 기여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오비맥주는 모회사 AB엔비브의 호가든, 버드와이저 등 수입맥주 판매로 피해를 줄였지만 국산 판매 비중이 여전히 70%를 넘는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대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