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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 |
박찬주 육군 제2작전사령관(대장)과 가족이 공관병에게 갑횡포를 해와 감사를 받게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계급을 이용한 군대 갑횡포 사례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군대의 해묵은 적폐가 해소될지 주목된다.
임태훈 군인권센터소장은 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공관병들은 박 대장이 자지 않으면 잠을 잘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며 “전자팔찌를 채워놓고 호출하면 달려오도록 했다”고 폭로했다. 가족을 위한 식사준비와 빨래도 공관병들의 일과에 포함됐다.
공관병들은 공관시설을 관리하고 식사를 준비하는 등 공식적 지시에 따른 임무를 수행한다. 하지만 공적 지시와 지휘관 가족을 위한 사적 지시의 경계가 불분명해 갑횡포로 이어지는 경우가 잦았다.
공관병 외 일반사병에게도 갑횡포는 흔하다.
인터넷 커뮤니티들에 따르면 사병들은 장성의 자녀에게 과외를 해주는 ‘과외병’과 골프를 가르쳐주는 ‘골프병’, 바둑을 두는 ‘바둑병’ 등 각종 명목으로 지휘관의 일상생활을 돕는 데 차출됐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2012년 군 인권실태 조사에서 ‘휴식이 보장되어야 하는 휴일에 동원된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에 군인의 10.2%는 자주 있다고 대답했다. 보통이라는 의견은 41.3%, 거의 없었다는 의견은 33.8%, 전혀 없었다는 의견은 14.8%였다.
한 누리꾼은 “상관이 산을 옮기라 하면 진짜로 산을 옮긴다는 말이 있을만큼 계급 간 상명하복 체계가 뚜렷한 곳이 군대”라며 “군인이 지휘관의 일상이 아니라 전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임 소장은 군대에서 이런 갑횡포가 일어나는 문제의 근본원인이 군 사법체계에 있다고 본다.
그는 “국방부는 행정기관인 동시에 사법기관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권력이 남용될 소지가 높다”며 “군 검찰과 군사법원은 국방부장관이나 지휘관의 하부기구로써 독립적 업무수행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임 소장은 국방부 장관과 각 군 지휘관들이 '심판관'을 통해 재판에 개입하고 있기 때문에 공정하게 재판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봤다. 군사법원법에 따르면 법조인 자격이 없는 영관급 이상의 장교도 심판관이라는 이름으로 군사재판에 참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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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찬주 육군 제2작전사령관(대장). |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군인권보호관제도에 찬성했다. 군인권보호관제도는 국방부 입김에 영향을 받지 않는 독립기구로서 국가인권위원회 소속 보호관이 군인의 제보를 직접 받고 직권조사를 할 수 있다.
다만 군사법체계를 민간으로 이양하는 방안에는 검토의견을 냈다. '군인의 거취는 국방부가 해결한다'는 기존의 원칙을 고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박 대장의 갑횡포 논란이 불거지자 공관병을 민간인력으로 대체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서울 한남동 장관공관에 근무하는 공관병부터 대체하기로 했다.
임 소장은 “군인은 지휘관의 명령에 무비판적으로 순종하는 농노가 아니다”며 “정당한 명령에만 복종할 수 있는 시민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