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사업 매각을 놓고 대립하던 도시바와 웨스턴디지털이 법적분쟁 뒤 처음으로 협의를 재개했다.
미국법원이 웨스턴디지털에게 유리한 결정을 내린 뒤 협의가 진행되는 만큼 도시바 반도체사업 매각논의가 진행될 가능성이 유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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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티브 밀리건 웨스턴디지털 CEO(왼쪽)와 츠나카와 사토시 도시바 사장. |
19일 로이터에 따르면 스티브 밀리건 웨스턴디지털 CEO 등 주요 경영진들은 최근 도시바 경영진을 만나 반도체사업 매각과 관련한 논의를 진행하기 위해 일본에 방문했다.
미국법원이 웨스턴디지털 입장에서 긍정적인 결정을 내린 뒤 진행되는 회담인 만큼 도시바 반도체사업의 인수기회가 웨스턴디지털에 넘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웨스턴디지털은 도시바가 동의없이 반도체사업을 매각하는 것이 합작법인 설립계약 위반이라며 미국법원에 매각중단을 요청했다. 법원은 이런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도시바가 반도체사업 인수자를 선정하기 2주 전에 웨스턴디지털에 미리 통보해야 한다고 결론내렸다.
도시바가 다른 인수업체와 협상을 결정할 경우 웨스턴디지털이 충분히 다른 인수제안을 내놓는 등 대응채비를 갖출 시간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매각중단 결정이 내려질 경우 도시바의 반도체사업 매각이 무기한 연기될 수 있어 웨스턴디지털에도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던 만큼 긍정적인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결정이 발표되자 18일 도시바 주가는 도쿄증시에서 하루만에 20% 가까이 급등했다.
일본정부는 도시바의 반도체기술이 해외로 유출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웨스턴디지털 경영진은 최근 정부 관계자와 만나 이런 내용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기술유출 가능성을 막는 등 일본정부가 충분히 받아들일 만한 조건을 내놓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도시바는 일본 정부펀드와 미국 사모펀드, SK하이닉스 등이 참여하는 컨소시엄을 우선인수협상자로 선정했지만 논의에 차질이 빚어지자 계획을 원점으로 돌리고 웨스턴디지털과 대만 홍하이그룹에 인수협상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가 인수전에 참여하지 못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지만 SK그룹의 경영진들은 인수의지를 보이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18일 코리아소사이어티가 주최한 시상식에 참석해 “여러가지 복잡한 문제가 얽혀있지만 도시바와 SK하이닉스가 상생의 길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과 박정호 SK텔레콤 사장도 최근 도시바와 반도체사업 매각논의가 꾸준히 진행중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SK하이닉스는 인수전 참여 금액을 기존 3조 원에서 5조 원대로 높이고 지분확보를 포기하는 방안도 내놓는 등 인수제안을 변경하며 적극적으로 구애를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