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종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부사장이 갤럭시S8에 처음 적용한 음성서비스 ‘빅스비’가 초반에 기술부족으로 경쟁력 확보에 실패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14일 전자전문매체 와이어드에 따르면 이 부사장은 최근 진행한 인터뷰에서 “빅스비 초기버전은 성공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초반에는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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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인종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부사장. |
삼성전자는 갤럭시S8 출시 뒤 한국어와 영어, 중국어 버전의 음성서비스를 모두 상반기에 내놓기로 했지만 기술부족을 이유로 한국어 외의 언어지원 계획을 무기한 연기했다.
이 부사장은 기술부족의 원인으로 “아직 빅스비는 삼성전자의 자체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며 “비브랩스의 인공지능기술은 빅스비 생태계가 확장되면 적용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빅스비를 처음 공개하며 지난해 인수한 인공지능 음성기술업체 비브랩스의 기술을 활용해 인공지능으로 사용자의 언어를 학습하고 정확성을 높이는 기능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이 부사장이 와이어드와 인터뷰에서 이런 발표내용을 정면으로 뒤집은 것이다.
삼성전자는 비브랩스 인수에 약 2446억 원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뒤 반년만에 애플과 구글, 아마존 등 경쟁사에 맞대응할 자체 인공지능 음성서비스를 내놓으며 매우 성공적인 인수효과를 봤다는 평가를 받았다.
와이어드는 “빅스비의 기술부족은 제품경쟁력에 좋은 평가를 받았던 갤럭시S8에 오점을 남겼다”며 “사용자들이 구글어시스턴트 등 다른 음성서비스를 더 선호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빅스비는 그동안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고질적 약점으로 꼽히던 소프트웨어 경쟁력에 의문을 해결할 강력한 승부수로 꼽혔다. 하지만 소비자들에 또 실망을 안겨주며 명예회복을 미루게 됐다.
이 부사장은 빅스비의 발전가능성과 적극적인 영역확대에 여전히 긍정적 전망을 내놓았다.
이 부사장은 “비브랩스의 기술이 빅스비에 본격적으로 적용되면 무한한 발전이 가능할 것”이라며 “천천히 발전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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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갤럭시S8의 음성서비스 '빅스비'. |
향후 삼성전자의 웨어러블기기와 TV, 냉장고와 에어컨 등 모든 제품에 빅스비 음성기능을 탑재해 사용자의 편의성을 크게 개선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그는 “삼성전자의 최대 장점은 모든 전자제품을 자체생산하는 만큼 소비자의 요구를 가장 잘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실제로 편의성을 높일 수 있는 기능 구현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말했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도 갤럭시S8 출시 뒤 기자간담회에서 “빅스비는 아직 걸음마단계에 불과하다”며 아직 경쟁사의 기술보다 뒤처질 수 있지만 꾸준히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음성인식기술의 완성도를 갖추기도 전에 무리하게 출시계획을 앞당기며 갤럭시S8의 주요 경쟁요소로 강조한 데 따른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와이어드는 “빅스비는 아직 구글과 애플, MS와 아마존의 음성서비스보다 낫거나 차별화된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며 “본격적인 출시시기가 늦어지는 것도 큰 약점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