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씨 딸 정유라씨가 삼성그룹에서 ‘말 세탁’ 과정을 몰랐을 리 없다고 증언했다.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5명의 재판에서 박영수 특검이 “삼성 측은 말 교환을 승인해준 적도 없고 최씨 독단으로 이뤄져 당시 전혀 몰랐다고 하는데 삼성 측 모르게 말 교환이 이뤄졌다고 생각하나”라고 묻자 정씨는 “아니요”라고 대답했다.

삼성그룹은 2015~2016년 정유라씨에게 마장마술용 말 살시도·비타나V·라우싱1233 등 3마리를 제공했는데 최순실씨 측은 이 말들이 언론에 노출되자 삼성그룹과 상관없는 말을 소유한 것처럼 보이기 위해 지난해 10월 말 중개업자를 통해 블라디미르 등 다른 말로 교환했다.

특검이 “삼성에서 시끄러워질 것 같다며 말을 바꾸라고 한 게 맞나”라고 묻자 정씨는 “그렇다”며 “엄마한테 ‘삼성 측이 말을 바꾸라고 한다’고 얘기를 들었다. 그래서 삼성이 모를 리 없다고 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정씨는 “검찰조사를 받던 6월27일 (독일에서 승마코치였던) 크리스티앙 캄플라데와 전화 통화를 했다”며 “말 교환하기 바로 전날 엄마가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과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를 만났다고 캄플라데에게 들었다”고 진술했다.

특검이 “통화 당시 캄플라데는 삼성에서 말교환 사실을 모른다고 하는게 거짓말이라는 입장이었느냐”고 묻자 정씨는 “네”라고 대답했다. 정씨는 캄플라데와 통화녹음 파일을 제출할 의향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씨는 또 “(말 중개업자인) 안드레아스가 (내가 가지고 있던 말을) 블라디미르와 스타샤로 교환해줬는데 삼성에서 줘야할 돈(말 교환 차액)이 안들어온다며 짜증을 낸 적도 있다”고 말했다.

정씨는 최순실씨가 삼성 소유의 말을 정씨의 것처럼 타도 된다는 말을 했다고 증언했다.

특검이 “어머니에게서 ‘말을 굳이 돈 주고 살 필요 없다. 네 것처럼 타면 된다’는 말을 듣고 ‘살시도가 내 말이구나’라고 생각했나”라고 묻자 정씨는 “그런 말은 들었지만 내 말이라고까지 생각하진 않았다”며 “엄마 말을 듣고 살시도를 구입했거나 (소유권 문제가) 잘 해결돼서 우리가 말을 소유하게 된 거로 판단했던 것 같다”고 대답했다.

정씨는 최씨가 실소유한 회사(코어스포츠)에서 받던 월 650만 원 정도의 지원금이 지난해 8월 이후 끊겼다고 증언했다. 이 시기는 언론을 통해 대기업들의 미르와 K스포츠 출연이 이슈화되기 시작한 때다.

특검이 “2015년 9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코어스포츠에서 월 5천 유로, 한화로 약 650만 원 상당을 급여 명목으로 받지 않았느냐”고 묻자 정씨는 “네”라고 대답했다.

정씨는 “코어스포츠에서 받은 돈을 생활비로 지출했고 지난해 8월 이후에는 돈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정씨를 지원하기로 하고 213억 원대 용역계약을 코어스포츠와 체결했다. 삼성그룹은 2015년 9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이 회사에 78억 원을 보냈다. 정씨가 코어스포츠로부터 정기적으로 돈을 받던 시기와 거의 일치한다.

정씨는 당초 이날 재판에 출석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으나 돌연 마음을 바꿔 출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