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가 마침내 공개되면서 넷플릭스코리아가 국내 콘텐츠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고 공략을 더욱 강화할지 주목된다.

29일 옥자는 주요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제외하고 전국 독립 및 예술영화관, 단일 상영관을 중심으로 개봉했다. 영화는 동영상 스트리밍사이트인 넷플릭스를 통해 이날 0시에 공개돼 전 세계 190개국에서도 관람이 가능하다.

  봉준호 '옥자' 개봉, 넷플릭스 한국 대공습 신호탄  
▲ 넷플릭스 '옥자' 공식 홈페이지.
넷플리스코리아는 2016년 1월 국내에도 상륙했다. 하지만 성과는 신통치 못했다.

넷플릭스 국내 가입자 수는 최근까지 13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넷플릭스 글로벌 가입자 수가 1억 명에 육박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1년반 동안 가입자수 확대에 고전해온 것으로 평가된다.

극장에 가지 않고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등을 이용해 옥자를 보려면 넷플릭스 사이트에 회원가입을 한 뒤 로그인을 해야 한다.

첫 달에 한해 무료로 동영상 콘텐츠를 볼 수 있는 만큼 옥자를 공짜로 볼 수 있는 셈이다. 가입 후 요금은 베이직이 9500원, 스탠다드 1만2천 원, 프리미엄은 1만4500원이다.

영화관람료가 대개 1만 원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경쟁력 있는 가격이다. 이 때문에 옥자 상영을 계기로 넷플릭스 국내 가입자수가 급증하게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또 옥자 상영을 둘러싼 논란이 국내외에서 뜨거웠던 만큼 넷플릭스 입장에서 가입자수 확대나 영화투자에 따른 수익성과 별개로 홍보마케팅 효과만으로 성과를 내고도 남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5월 칸 영화제에서 상영작 선정을 놓고 논란이 컸을 당시 이미 전문가들은 ‘넷플릭스의 완승’이라고 관전평을 내놓기도 했다. 넷플릭스가 콧대 높은 영화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봉준호 감독을 앞세워 칸 진출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옥자 상영을 놓고 벌어진 국내 멀티플렉스와 힘겨루기도 넷플릭스 입장에서 내심 반갑지 않을 까닭이 없다. CJCGV와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3대 멀티플렉스는 상영을 거부하면서 관객의 요구를 무시한 채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이익추구에 혈안이 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상영관 수가 제한된 만큼 넷플릭스를 통한 관람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역시 가입자수를 늘리고 국내 입지를 다지는 반사이익을 누리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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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가 2016년 6월3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넷플릭스 미디어데이'에 참석해 한국진출 소감을 전하고 있다.<뉴시스>
넷플릭스는 인터넷 기반 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를 주력으로 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리드 헤이스팅스 CEO가 1997년 창업했다.
 
과거 TV와 극장, 비디오 등 경계가 분명했던 동영상시장의 판도에 일대 변화가 일어나면서 급성장했다.

동영상서비스 플랫폼기업이라고만 봤다간 오산이다. 넷플릭스는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워 다큐멘터리, 영화 등 다양한 자체 제작 콘텐츠를 제작하며 아마존이나 알리바바에 이어 '미디어 공룡'으로 진화하고 있다.

국내에서 비슷한 유료 동영상 가입자 수가 가장 많은 곳은 SK브로드밴드가 운영하는 ‘옥수수’로 약 950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그 뒤를 지상파 콘텐츠연합서비스인 ‘푹’이 130만 명, CJ E&M의 ‘티빙’이 60만 명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가 지금까지 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입자 수 확대에 애를 먹었던 이유로 비싼 요금과 콘텐츠 부족이 꼽혔다.

넷플릭스는 김은희 작가와 손잡고 8부작 드라마 ‘킹덤’ 등 한국시장을 겨냥한 자체 콘텐츠 제작을 확대할 계획을 세웠다. 옥자는 넷플릭스의 이런 한국 콘텐츠시장 공략의 첫발을 뗀 것에 불과한 셈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