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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뉴시스>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독대 당시 박 전 대통령이 직접 SK그룹의 미르와 K스포츠 출연금을 확인하며 협조를 당부했다고 증언했다.
최 회장은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의 뇌물수수혐의 22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지난해 2월16일 삼청동 안가에서 박 전 대통령과 독대한 상황을 증언했다.
최 회장의 증언은 검찰이 자세한 정황을 말하면서 최 회장에게 확인질문을 하면 최 회장이 이를 인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최 회장 증언에 따르면 최 회장은 2월12일 강릉교도소에 수감 중인 동생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의 면회가 끝나고 이형희 SK 브로드밴드 사장으로부터 “안종범 청와대 수석이 대통령 면담과 관련해 통화를 하고 싶어한다”는 말을 전해듣고 안 전 수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최 회장은 통화를 마치고 SK본사에서 고위 임원들을 불러 모아 박 전 대통령과 면담을 하면서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지 회의를 열었다. 김창근 SK이노베이션 회장과 김영태 SK부회장, 이형희 사장, 박영춘 CR팀장(부사장) 등이 참석자였다.
이들은 워커힐호텔 면세점사업권 재취득과 CJ헬로비전 합병 등 당시 SK그룹의 현안을 논의했고 2월14일에 2차 회의를 열었다. 이후 대통령과 면담에서 쓸 ‘말씀자료’를 만들었다.
최 회장은 2월16일 삼청동 안가를 안내받아 찾아갔다. 안 전 수석이 최 회장을 마중나왔고 최 회장은 안가 거실에서 박 전 대통령을 만났다.
최 회장은 최재원 수석부회장의 가석방을 에둘러 청탁했다. 최 회장은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만 저희 집이 편치 않다”며 “동생이 아직 못 나와서 제가 조카를 볼 면목이 없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박 전 대통령에게 동생의 가석방을 직접적으로 청탁하는 게 부담스러웠다고 말했다. 당시 최 회장은 언론을 통해 혼외자가 있다는 사실을 고백하고 부인인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과 이혼하겠다고 밝힌 상태였다. 최 회장은 이 문제로 박 전 대통령에게 밉보일까 걱정하느라 최재원 수석부회장의 가석방 문제를 직접적으로 청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검찰이 “사면받기 전에 아내인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증인(최 회장)과 관련해 부정적인 내용이 담긴 서신을 보낸 사실에 대해 아느냐”고 묻자 최 회장은 한숨과 함께 “들은 적 있다”고 답했다.
최 회장은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최 회장의 우회적인 표현에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고 최 회장은 더 이상 동생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어 최 회장에게 투자와 고용확대를 해줄 것을 요청했는데 최 회장의 설명을 듣더니 “전문적인 이야기는 안종범 수석과 함께 들어야 한다”며 안 전 수석을 불렀다.
박 전 대통령은 안 전 수석이 오자 “SK는 미르재단과 K스포츠에 얼마나 출연했죠”라고 물었고 안 전 수석은 “111억 원입니다”라고 답했다.
박 전 대통령은 “SK가 미르와 K스포츠에 출연해 준 것에 대해 감사드립니다”며 “앞으로도 미르와 K스포츠에 관심과 협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후 워커힐호텔 면세점사업자 선정과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같은 SK그룹의 사업현안을 잘 풀어달라는 뜻의 말을 박 전 대통령에게 전했다.
안 전 수석이 “워커힐호텔 면세점사업을 지속하는 문제가 있다”고 말하자 박 전 대통령은 최 회장에게 “면세점 선정에 절차상 문제가 있었던 것 같아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 중이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와 관련해 “관세청 협조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됐다는 취지의 말씀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증언했다.
안 전 수석이 CJ헬로비전 인수 문제를 꺼내자 최 회장은 “신속하게 결론을 내주는 게 모두에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박 전 대통령은 “알았다”고 답했다.
최 회장은 박 전 대통령에게 사업육성을 위해 규제를 완화하는 규제프리존과 중국 단둥 경제특구, 에코시티 등의 여러 안건도 설명했다고 밝혔다.
규제프리존이나 단둥 등의 내용은 안 전 수석 수첩에 그대로 적혔고 최 회장이 면담 후 이 내용을 알려준 김창근 SK이노베이션 회장의 수첩에도 같은 내용이 기재됐다.
최 회장은 면담 직후 최순실씨가 실소유주인 광고회사 플레이그라운드의 홍보자료와 K스포츠의 시각장애인 활동도우미사업인 ‘가이드러너’의 사업계획서 등을 받았다.
최 회장은 면담 이후 이형희 SK브로드밴드 대표와 통화하며 “왜 줬는지 모르겠다”며 “적절하게 조치해라”고 말했다.
SK그룹은 이후 플레이그라운드와 K스포츠에 돈을 추가로 주지 않았다. 플레이그라운드 측에서 광고수주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고 가이드러너 등 K스포츠재단 관련 지원 문제는 법적인 문제와 금액을 문제 삼아 SK그룹이 요청을 들어주지 않았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