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금호타이어 채권단으로부터 금호타이어 상표권 사용조건을 원안대로 수용할 것을 통보받았다.
금호타이어의 더블스타 매각을 반대하는 여론도 높아지고 있어 박 회장의 상표권을 무기로 한 매각지연 전략이 통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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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12일 “채권단 요청대로 20년의 사용기간과 독점사용을 수용했다”며 “하지만 채권단은 상표권 사용조건을 놓고 기존 입장만 고수하면서 추가협상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금호산업은 이날 KDB산업은행 등 금호타이어 채권단으로부터 애초 조건대로 금호타이어 상표권 사용을 허락할지를 16일까지 알려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금호산업 측은 금호산업 이사회를 통해 결정한 조건을 산업은행이 일방적으로 수정을 요구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다.
채권단은 박 회장이 제시한 금호타이어 상표권 사용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는 더블스타가 박 회장이 제시한 상표권 사용요율 0.5% 제안을 수용하기 어렵다고 채권단에 전달했기 때문이다.
금호산업은 9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채권단이 제시한 조건보다 사용요율을 2.5배로 올리고 20년 동안 해지가 불가능하다는 조건을 내밀었다.
채권단은 이날까지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 상표권을 허용하지 않을 경우 우선매수청구권 박탈과 금호타이어 경영권회수와 우선매수청구권 박탈 등에도 나서겠다며 배수의진을 쳤지만 박 회장의 배짱에 다시 주춤거리는 모양새를 보였다.
이에 따라 박 회장이 상표권을 무기로 금호타이어 매각을 장기화하는 데 성공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정치권과 금호타이어 대리점주, 협력회사들이 더블스타 매각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다시 내기 시작하고 있다는 점도 이런 해석에 힘을 보탠다.
금호타이어를 더블스타에 매각하는 데 반대하는 여론이 조성되면 채권단이 금호타이어 매각을 마무리하는 데 더욱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채권단이 채권 만기 불연장과 경영권회수, 우선매수청구권 박탈 등 박 회장을 상대로 압박을 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유정 국민의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산업은행이 금호타이어 상표권을 요구하면서 상표권 사용을 불허할 경우 경영권을 박탈하고 채권만기 연장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며 “이는 대통령의 대선 당시 발언과 완전히 상반된 것”이라고 말했다.
금호타이어 전국 대리점주 100여 명도 이날 종로구 금호아시아나빌딩 본관 앞에서 궐기대회를 열고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회사와 대리점이 공생할 수 있는 방안에 입각해 금호타이어 매각을 원점부터 재검토해야 한다”며 “국내 우량 기업의 경쟁력을 현저히 떨어뜨리는 일을 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금호타이어 협력사 임직원 50여 명 역시 이날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 앞에서 집회를 열고 문재인 대통령이 금호타이어 매각 반대에 나서 줄 것을 촉구하면서 금호타이어 매각을 원점부터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일각에서는 금호타이어 매각이 장기화되진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채권단은 이번 매각이 무산될 경우 금호타이어 경영을 정상화하는 것이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채권단은 이날 주주협의회에서 금호타이어 채권의 만기를 연장할지를 놓고 결정하는 기한도 다음주로 미루기로 합의했다. 박 회장이 상표권 조건을 수정하도록 지속적으로 압박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이 16일까지 상표권 사용조건을 놓고 원안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채권단은 이를 매각방해행위로 간주해 경영권을 박탈하거나 6월 만기가 돌아오는 1조3천억 원 채권을 집행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박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