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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
두산그룹이 최근 2년 동안 계열사들의 구조조정을 진행하며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데 주력했으나 차입금 부담을 여전히 안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정책을 추진하면서 두산중공업의 원전사업에도 먹구름이 끼고 미국 인프라투자 확대의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됐던 두산밥캣의 미래도 불투명해지는 등 두산그룹 안팎의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아 보인다.
◆ 두산그룹 계열사, 자금조달에 숨가빠
11일 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두산그룹의 지주사 격인 두산이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15일경 실시한다.
KB증권이 두산의 회사채 발행업무를 주관한다. 두산은 2년 만기의 회사채 1200억 원을 공모하며 23일을 회사채 발행예정일로 잡았다.
두산은 1년 이내 갚아야 하는 단기차입금 일부를 이번에 발행하는 회사채로 상환해 장기차입금의 비중을 늘리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두산이 1분기 말 별도기준으로 보유하고 있는 단기차입금의 규모는 약 3100억 원이다.
두산은 지난해 12월에도 회사채를 발행해 750억 원을 자금을 조달했다. 반년 만에 시장에서 추가로 1200억 원을 끌어오는 것은 그만큼 재무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뜻으로 읽힌다.
두산그룹 전체를 살펴봐도 재무상황이 좋지 않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두산그룹의 주력계열인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 두산건설 등은 3월부터 최근까지 모두 1조2천억 원 규모의 자금을 시장에서 마련했다.
두산건설이 3월에 1500억 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을 발행한 것을 시작으로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가 각각 4월과 5월에 5천억 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했다.
두산중공업은 최근에 1년 만기로 500억 원 규모의 사모채를 발행하기도 했다.
두산그룹이 차입금 부담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시장에서 자금을 모으는 데 주력하는 것으로 보인다.
두산중공업은 올해 7월에 모두 3천억 원의 회사채를 갚아야 한다. 11월에도 400억 원을 상환해야 하는 일정이 잡혀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도 하반기까지 2300억 원의 회사채를 갚아야 하며 10월에 조기상환하지 못하면 높은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영구채 5억 달러도 보유하고 있다.
◆ 두산그룹 재무구조 개선 '가시밭길'
두산그룹은 최근 2년 동안 계열사들의 비핵심사업을 매각하고 인력을 감원하는 등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이 덕분에 올해부터 실적이 반등하고 재무구조도 곧 개선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대외적 상황을 감안해보면 두산그룹이 경영환경을 낙관하기엔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두산중공업은 원자력·화력발전소에 사용되는 발전설비를 제작해 납품하는 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탈석탄’정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면서 두산중공업이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두산중공업이 1분기 말 기준으로 보유한 수주잔고는 모두 19조2895억 원이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탈석탄정책으로 두산중공업이 잃을 가능성이 높은 수주금액은 약 2조5천억 원인 것으로 파악된다. 두산중공업이 1년 동안 내는 별도매출을 기준으로 하면 약 6~7개월치의 일감이 증발할 수 있는 셈이다.
두산밥캣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인프라투자 확대공약에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됐으나 먹구름이 끼고 있다. 두산밥캣은 북미시장에서 전체 매출의 60%가량을 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수사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짙어지면서 미국 정치권으로부터 탄핵될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미국 민주당이 탄핵절차를 개시해야 한다고 압박하는 등 정치적으로 수세에 몰리면서 자칫 인프라시장 투자확대 공약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탄핵이 현실화할 경우 두산밥캣의 기업가치도 하락세를 면치 못할 가능성이 높다.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엔진은 보유하고 있는 두산밥캣의 지분을 팔아 재무구조 개선에 활용하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는데 주가 하락으로 예상보다 적은 금액을 조달하는 데 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엔진은 1분기 말 기준으로 두산밥캣의 지분을 각각 59.33%, 10.55% 보유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두산그룹이 최근 2년 동안 차입금 규모를 상당히 줄였으나 여전히 14조 원가량의 무거운 짊을 지고 있다”며 “두산그룹 계열사의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대외적 악재도 많아 한동안 가시밭길을 더 걸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