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PC 라인업을 대폭 축소하고 비주력사업을 중단하는 등 조직 효율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PC사업에서 장기적으로 완전히 손을 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가 전장부품사업 진출에 앞서 대규모 사업재편에 나선 것처럼 애플도 인공지능과 증강현실, 자율주행차 등 신산업분야에 집중하기 위해 앞으로 더 적극적인 변화를 추진할 수도 있다.

  애플 PC사업 철수 수순, 이전 시대와 완전한 작별  
▲ 팀 쿡 애플 CEO.
비즈니스인사이더는 9일 “애플이 PC사업 접근방식을 바꾸는 중요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며 “소비자의 PC 교체주기가 길어지는 데 대응하며 신제품 출시도 줄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애플이 올해 하반기 출시하겠다고 밝힌 고가 일체형PC ‘아이맥프로’ 신제품은 이전작과 달리 소비자가 직접 CPU와 램 등 주요부품을 교체할 수 있는 형태로 출시됐다.

그동안 애플은 소비자의 교체수요를 확보하기 위해 PC의 부품을 대부분 일체형으로 내놓았다. 성능 업그레이드를 원하는 소비자는 새로 나온 PC를 구매할 수밖에 없도록 유도한 것이다.

이번 변화를 계기로 애플이 PC 신제품을 거의 출시하지 않고 앞으로 사업을 대폭 축소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글로벌 PC시장의 꾸준한 수요둔화에 점차 발을 빼는 것이다.

도현우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애플은 그동안 충성고객을 위해 PC 신제품 출시와 연구개발에 많은 금액과 역량을 투입했지만 마침내 사업조직 축소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기존 PC와 노트북 라인업을 서서히 단종하며 줄여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애플은 데스크톱PC인 ‘맥프로’ 신제품을 더 이상 내놓지 않고 단종절차를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노트북 ‘맥북’ 시리즈 라인업도 현재 3개에서 1개로 축소된 뒤 태블릿PC ‘아이패드 프로’와 결국 통합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화면크기와 성능 격차가 점점 줄어들고 운영체제와 활용가능한 소프트웨어에서도 점점 차별화요소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분석기관 먼데이노트는 “애플은 아이패드가 기존 PC의 사용자층을 끌어올 것이라는 데 여전히 높은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며 “PC에 역량 투입이 줄어드는 가운데 아이패드 라인업은 점점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애플은 PC 외에도 비주력사업의 조직개편을 적극 이어오고 있다. 최근 무선공유기 겸 저장장치 ‘에어포트’ 시리즈 개발조직을 해체했고 PC 전용 모니터도 지난해부터 개발과 생산을 모두 중단하며 LG전자에 위탁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애플이 새로운 성장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PC와 같이 전망이 불투명한 분야에 역량을 들이지 않는 변화는 긍정적”이라며 “하드웨어 중심기업에서 점차 벗어나야 한다”고 진단했다.

애플은 이번 개발자회의에서 사물인터넷과 증강현실 등 신사업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자율주행차와 인공지능 서버사업 진출도 앞두고 있다.

삼성전자도 전장부품사업에 진출에 앞서 조직효율화 작업에 집중했다. 이 과정에서 하드디스크사업과 프린터사업, 소재사업 등을 매각했다.

카메라사업, LED사업 등 부진한 사업부문 역시 중단되거나 축소됐고 PC사업부도 해체된 뒤 팀 단위로 무선사업부에 통합됐다. 이후 전장부품업체 하만을 인수해 전장사업을 본격화했다.

도 연구원은 애플도 이처럼 PC사업 등에서 적극적인 비용절감에 나선 뒤 IT시장의 흐름에 맞춰 머신러닝과 사물인터넷 기술개발에 더 큰 힘을 쏟을 것으로 내다봤다.

  애플 PC사업 철수 수순, 이전 시대와 완전한 작별  
▲ 애플의 PC 라인업.
머신러닝은 스마트폰의 성능과 인터페이스 개선, 사물인터넷 플랫폼의 경쟁력 확보와 자율주행 기술개발 등 애플 주요사업의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이런 변화에서 PC와 같은 사업부문을 유지하는 것은 이전 시대에 갇혀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어 기업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뉴욕타임즈는 “완벽한 하드웨어를 강조하던 이전의 기업이미지로 애플은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며 “구글과 아마존 등 IT서비스업체를 따라잡으려면 완전한 정체성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맥’ PC 시리즈와 아이폰의 보급을 통해 확보한 넓은 사용자기반은 애플을 신사업 진출에 유리한 입장에 놓이도록 했다. 이를 기반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뉴욕타임즈는 “애플의 최대 장점 가운데 하나는 사업 진출시기를 완벽하게 고른다는 것”이라며 “인공지능 관련사업에서 후발주자지만 충분한 연구개발과 투자가 이뤄진다면 선두기업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