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 차기 회장은 내부출신이 될까?
KB금융지주 이사회는 오는 16일 2차 후보 4명을 선정한다. KB금융에서 첫 내부출신 회장이 나올지 주목된다.
KB금융지주 안팎에서 김옥찬 전 KB국민은행 부행장, 윤종규 전 KB금융지주 부사장,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이 유력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 내부인사 5명 중 ‘토종 KB’는 1명뿐
KB금융 회장 1차 후보로 공개된 8명 중 내부출신 인사로 분류되고 있는 인물은 김옥찬 전 KB국민은행 부행장, 윤종규 전 KB금융지주 부사장,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 김기홍 전 수석부행장, 지동현 전 KB국민카드 부사장 등 5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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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옥찬 전 KB국민은행 부행장 |
이들 가운데 KB금융에서만 경력을 쌓은 후보는 김옥찬 전 부행장뿐이다.
유력후보로 평가받고 있는 김 전 부행장은 1982년 국민은행에 입행한 뒤 지난해까지 31년 동안 KB금융에서 일했다.
민병덕 전 국민은행장이 지난해 6월 사임한 이후 1개월간 행장 직무대행을 맡기도 했다.
김 전 부행장은 재무관리본부장, 재무관리그룹 부행장, 경영관리그룹 부행장, 국민은행장 직무대행 등을 역임했다.
그는 ‘덕장’이란 평가를 받고 있으며 KB금융그룹에서 오래 근무해 누구보다 내부사정을 잘 알고 있다.
내부출신 인사로 분류된 인물 가운데 나머지 4명의 후보들은 외부에서 KB금융에 영입됐다. 이 가운데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은 윤종규 전 부사장이다.
윤 전 부사장은 2002년 국민은행에 들어오기 전 삼일회계법인 부사장을 지냈다. 그는 행정고시(25회) 출신으로 국민은행 재무전략기획본부 부행장과 KB금융지주 재무담당최고책임자(CFO) 등 요직을 거쳤다.
그는 광주상고와 성균관대를 졸업한 뒤 행정고시에 차석으로 합격했으나 학내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임용되지 못했고 삼일회계법인 부대표를 지내다 김정태 행장에 의해 영입됐다.
당시 김정태 행장은 윤 전 부사장을 영입하기 위해 삼고초려했으며, ‘상고 출신 천재’를 영입했다는 보도자료를 만들어 뿌릴 정도로 높게 평가했다.
윤 전 부사장은 재무전략본부장(CFO)으로 있을 때 맡았던 국민카드 합병회계가 문제가 돼 2004년10월 물러났으나 문제가 해소되면서 2010년 8월 KB금융지주 부사장으로 복귀했다.
황영기 전 회장은 2008년 통합국민은행 초대회장을 맡았다. 그는 당시 외부출신 인사로 분류됐다. 황 전 회장은 2008년 7월 선임돼 약 1년간 재직했다. 그러나 우리은행장으로 재직할 때 투자한 파생상품이 거액의 손실을 보면서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고 퇴진했다.
황 전 회장은 그 뒤 소송에서 승소해 명예를 회복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금융당국과 앙금이 남아 있어 회장직을 수행하는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기홍 전 수석부행장은 한국조세연구원을 거쳐 금감원 부원장보로 근무했다. 지동현 전 부사장은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처럼 한국금융연구원 출신이다.
내부출신 후보들은 국민은행 노조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 국민은행 노조가 내놓은 내부인사 기준은 ‘KB금융에서 1번 이상 연임한 인물’이다.
성낙조 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지난 1일 “꼭 토종 KB금융 인사만 고집하지 않는다”며 “임기 2년을 고려하면 1번 연임해 4년 정도 일하면 내부사정을 잘 알고 직원에게 인정도 받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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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 |
성 노조위원장은 지난 2일 김영진 회추위 위원장을 만나 노조원 1만1천 명이 서명한 내부인사 선임의견 동의서를 전달했다.
외부인사가 뽑힌다면 노조 차원에서 출근저지와 항의집회 등 반대투쟁을 벌이겠다고 했다.
현재 내부출신 후보들 가운데 황 전 회장은 임기 중 불명예 퇴진해 노조가 내세운 1번 이상 연임 기준에 맞지 않는다.
◆ 외부인사는 낙하산 논란 부담
KB금융 차기 회장 1차 후보 가운데 공식적으로 공개된 외부인사는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과 양승우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대표다. 하영구 씨티은행장도 후보에 올랐지만 공개되지 않았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이 전 부회장이 외부인사 가운데 가장 유력한 후보라고 본다. 이 전 부회장은 신한금융에서 은행과 증권 및 캐피털 등 다양한 계열사 경험을 쌓은 전문금융인이다.
LIG손해보험을 인수하는 등 비은행권 비중을 늘리려 하는 KB금융 회장에 잘 맞는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때문에 임 전 회장이 선출됐을 때도 회장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이동걸 전 부회장은 3일 “신한금융 출신이지만 다시 KB금융 회장후보가 되면서 이 기업에 대해 많이 공부했다”며 “KB금융이 리딩뱅크의 영광을 되살리도록 열심히 일하겠다는 점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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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 |
이 전 부회장은 박근혜 정부와 친밀한 관계이기도 하다.
그는 대구 출신으로 경북 사대부고를 졸업한 금융권 대표 TK(대구경북) 인사다. 2012년 대선 당시 금융인들을 모아 박근혜 대통령 지지선언을 하기도 했다.
이 전 부회장이 선임될 경우 국민은행 노조가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
성 노조위원장은 “대구경북 등 특정지역 출신이나 대선기여도 등 현재 정권과 관계 때문에 후보가 된 사람은 낙하산 논란을 피할 수 없다”며 “KB금융에 또 다른 혼란을 불러올 것”이라고 밝혔다.
양승우 대표는 회계사 업계의 베테랑인 반면 금융현장 경력이 없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
하영구 회장은 현재 한국씨티금융지주 회장이자 한국씨티은행장을 맡고 있다. 현직 금융지주회장이 경쟁 금융지주 회장으로 지원했다는 것 자체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원은 자유지만 본인이 몸담고 있는 금융지주와 은행 직원들의 입장을 감안하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하 회장은 또 씨티은행 실적이 부진한 데다 그동안 씨티은행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조와 여러 차례 충돌을 한 점이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