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이 파업 찬반투표를 벌이고 있는 노조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노조원 성향을 분석한 자료가 공개되면서 노조의 반발이 터져나오는 등 뜻밖의 복병을 만났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1일 회사 해양사업부 사무실에서 조합원의 성향을 분석한 상부보고용 면담계획서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권오갑, 현대중공업 파업사태 복병 만나 당황  
▲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
이 면담계획서에서 팀장 1명과 반장 2명이 나서 노조원들과 개별면담을 하고 파업 찬반의사를 파악해 등급을 매겨놓았다.

노조원 등급은 A, BA, BB, BC, C 등 다섯 등급으로 분류돼 표시됐다. A등급 회사 편을 드는 경우고 C등급은 노조에 동조하는 성향으로 분류했다.

면담계획서에 개별 노조원에 대해 “30년 근무하면서 위기의식을 느낌. 파업만은 안된다”, “자기공명영상(MRI) 촬영결과 미세출혈 목디스크, 다친 부위 쪽 머리에서 주기적으로 통증 나타남. 임단협은 신경도 못씀” 등 구체적 면담 내용도 기록돼 있었다.

특히 한 노조원에 대해 “오엘(OL) 요원 추천”이라고 적어 놓아 거센 반발도 불렀다. 오엘 요원은 다른 동료 조합원들의 동향이나 발언 내용 등을 은밀히 파악해 회사에 보고하는 사람을 말한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임단협 협상중 회사 관리자들이 끊임없이 조합원들을 개별면담하며 집회에 가지 마라, 투표에 참여하지 마라고 회유하고 협박해 온 실체가 드러났다”며 “조합원 한 사람 한 사람 머릿속에 뭐가 들었는지 스캔하듯이 모두를 정밀 분석했다는 반인륜적 처사에 충격을 금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회사는 면담계획서가 회사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현대중공업은 “일부 부서 팀장 등이 어려워진 회사 경영사정을 노조원들에서 이해시키려고 면담해 임의로 작성한 문서로 보인다”며 “회사의 공식지시나 방침과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이 자료가 공개되면서 권오갑 사장은 노조로부터 신뢰를 얻기 위해 했던 노력이 물거품이 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권 사장은 그동안 출근길에 직원들과 손을 잡으면서 “한번만 믿어달라, 힘을 합치자”며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해 왔다.

특히 현대차의 임단협 잠정합의안이 현대중공업 노조의 파업 찬반투표 결과에 영향을 줄 것으로 업계는 내다본다.

현대중공업의 한 관계자는 “현대중공업 노조원들이 현대차의 임단협 협상결과에 눈높이를 맞추고 있다”며 “현대차의 협상타결에 따라 현대중공업 노조원들의 투표결과도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노조의 한 관계자는 “조합원들이 회사의 기본급과 성과급이 범현대기업인 현대자동차의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인식하고 있고 기대심리도 높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