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익 흥국생명 대표이사 사장이 재무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자본을 확충할 방안을 찾아낼까?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은 최근 흥국생명의 방카슈랑스 상품 일부의 판매를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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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병익 흥국생명 대표이사 사장. |
시중은행 4곳은 예금자보험 범위인 5천만 원을 넘는 흥국생명의 방카슈랑스 상품을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 이는 흥국생명의 재무건전성이 좀처럼 나아지고 있지 않는 상황을 감안한 결정이다.
흥국생명의 지급여력비율(RBC)은 지난해 말 기준 145.4%로 금융당국의 권고기준인 150%를 밑돌았다. 금융감독원이 생명보험사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경영실태평가(RAAS)’에서도 3등급을 받아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다.
흥국생명은 올해 초 신종자본증권 350억 원과 후순위채 150억 원을 각각 발행해 자본을 늘렸지만 3월 말 기준 148.5%로 여전히 금융당국의 권고기준을 넘지 못했다.
흥국생명의 판매채널 가운데 방카슈랑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5%인 만큼 영업에 단기적인 타격을 피할 수 없는 데다 금융회사로서 신뢰도까지 떨어지게 된 셈이다.
게다가 18일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기준서가 확정되면서 흥국생명의 자본확충과 관련된 시장의 의구심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새 국제회계기준은 보험사들의 보험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데 이렇게 되면 보험사들의 부채규모가 더욱 늘어난다.
금융당국이 6월 말부터 새 국제회계기준의 연착륙을 위해 지급여력비율 기준을 강화하기로 한 만큼 흥국생명의 지급여력비율은 더욱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금융당국은 2019년까지 단계적으로 부채듀레이션 만기를 20년에서 최장 30년으로 늘리기로 했다. 부채듀레이션 만기가 늘어나면 지급여력비율에 반영되는 금리위험액이 증가해 필요한 자본량도 늘어 지급여력비율은 떨어진다.
조 사장은 3월 대표이사에 오른 뒤 흥국생명의 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해 영업점 축소 및 성과연봉제 확대 등의 비용효율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전국 영업점을 140곳에서 80곳으로 줄이고 수도권 및 광역시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이와 함께 성과연봉제인 ‘신인사제도’도 도입하면서 인력규모로 줄이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비를 줄여 자본을 확충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다만 영업점 구조조정 등을 통한 대응방안은 단기적인 효과에 그칠 가능성은 높은 만큼 장기적인 자본확충 방안을 찾아야 하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흥국생명은 3월 1천억 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한 차례 더 발행하려 했지만 시장금리가 미국 금리인상에 영향을 받아 오르자 금리부담이 높아져 철회했다.
최대주주의 자금지원을 기대하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흥국생명은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지분 56.3%를 소유한 최대주주인데 이 전 회장은 4월 말 횡령 및 배임 등의 혐의로 진행된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3년6개월에 벌금 6억 원을 선고받아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
흥국생명은 자구책으로 보유한 부동산뿐 아니라 자회사인 흥국화재 지분을 정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흥국생명은 흥국화재 지분 59.56%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를 태광그룹 계열사에게 매각하는 방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조 대표는 취임한 지 2개월 여만에 악화된 경영환경을 마주하게 됐다"며 “계열사 지분 매각 역시 그룹 차원의 결정인 만큼 태광그룹의 지원과 결단이 필요한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