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영 현대카드 겸 현대캐피탈 부회장 대표이사가 현대라이프생명을 통해 금융업의 경영능력을 입증할까.

7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라이프생명은 현대차그룹에 의존도가 높은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 현대커머셜 등과 달리 순수한 보험업이라는 측면에서 정 부회장의 독립경영 시험대로 평가된다.

  정태영, 현대라이프생명의 흑자전환 난관에 봉착  
▲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이사 부회장 겸 현대라이프생명 이사회 의장.
정 부회장이 오래동안 현대카드 등의 대표이사를 맡아왔지만 현대캐피탈과 현대커머셜 등은 현대차그룹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정 부회장의 금융업 경영능력을 온전히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현대라이프생명은 2012년 현대모비스와 현대커머셜이 녹십자생명을 인수해 이름을 바꾼 생명보험회사다. 현대모비스가 지분 29.89%, 현대커머셜이 지분 20.11%, 대만 푸본생명이 지분 47.99%를 보유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현대라이프생명의 인수과정부터 출범까지 진두지휘한 데 이어 이사회 의장을 맡아 경영 및 상품전략 등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현대라이프생명의 경우 다른 금융계열사처럼 현대차그룹과 시너지를 내기보다 본업인 생명보험업을 중심으로 회사를 키우기 위해 힘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 부회장이 현대라이프생명에서 시도했던 전략은 아직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현대카드에서 성공을 거둔 제로 시리즈를 보험상품에 접목해 ‘현대라이프 제로(ZERO)’를 내놓았다. 복잡하고 어려운 구조인 보험상품을 단순하고 쉽게 바꿔 다른 보험사의 상품과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현대라이프 제로는 고객을 모으는 데는 성공했지만 상품 수익성 측면에서 성과를 얻지 못했다.

정 부회장이 도입한 새로운 판매조직도 흐지부지되고 있다.

현대라이프생명에 국내 처음으로 ‘정규직 전환이 가능한 대졸 보험설계사 조직’인 YGP(Young Generation Planner)을 도입했지만 올해까지 실제로 정규직으로 전환된 인원은 소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회장은 현대라이프생명 출범 당시 “빠르면 2년 안에 흑자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자신감을 보였지만 현대라이프생명은 2012년 출범한 뒤 5년 연속 적자를 냈다.

현대라이프생명은 대만 금융그룹인 푸본그룹의 계열사인 푸본생명이 2대 주주에 오른 뒤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 푸본생명은 2015년 현대라이프생명의 지분 48%를 사들여 2대 주주에 올랐다.

현대라이프생명은 지난해 순손실 197억 원을 냈는데 2015년 순손실 485억 원에서 적자폭이 줄었다.

현대라이프생명과 푸본생명은 지분참여를 넘어 자산운용 기법과 상품·판매채널 개발전략을 공유하는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정 부회장은 4월 초 방한한 리차드 차이 푸본그룹 회장과 만나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 본사를 직접 안내하기도 했다. 정 부회장이 푸본그룹을 통해 금융그룹의 경영 노하우를 배우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현대라이프생명의 현대차그룹 의존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점은 정 부회장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라이프생명은 퇴직연금 적립금의 90%이상을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와 현대엔지니어링 등 현대차그룹 계열사로부터 받고 있다. 대기업 계열 금융회사 가운데 계열사의 퇴직연금 적립금 비중이 가장 높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