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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희영 CJ제일제당 부사장 |
노희영 CJ제일제당 부사장이 결국 회사를 떠났다.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에 의해 직접 영입된 지 5년 만이다.
노 부사장은 외식업계 ‘미다스의 손’으로 통하며 CJ그룹의 외식사업을 진두지휘했다. 이미경 부회장은 노 부사장이 검찰의 수사를 받는데도 CJ그룹에 정식으로 입사하도록 하는 등 그를 계속 감싸 왔다.
노 부사장은 5억 원의 세금을 탈루한 혐의가 확인되면서 결국 낙마했지만 CJ그룹과 관계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노희영 “누를 끼친 것 같아 죄송”
CJ그룹은 “노희영 부사장이 건강악화와 검찰조사로 지난 18일 사표를 제출했다”며 “22일자로 사표를 수리했다”고 24일 밝혔다.
노 부사장은 5억 원의 세금을 탈루한 혐의로 23일 검찰에 기소됐다.
노 부사장은 “그동안 앞만 보고 달려와 건강이 악화된 데다 검찰조사를 받아 그룹에 누를 끼친 것 같아 죄송하다”며 사의를 밝혔다고 CJ그룹은 밝혔다.
CJ그룹은 그동안 노 부사장이 그룹에 기여한 공로를 고려해 앞으로도 협력관계를 유지할 계획이라고 했다.
노 부사장은 국세청이 CJ그룹 계열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진행하던 중 조세포탈 혐의가 포착돼 검찰에 고발당했다. 그는 운영하던 컨설팅업체를 통해 CJ그룹 계열사와 계약을 맺고 용역비를 허위로 청구하는 수법으로 지난 3년 동안 소득세 5억 원을 탈루한 혐의를 받고 있다.
◆ 이미경의 최측근 노희영
노 부사장은 이미경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노 부사장은 지난 6월 말 CJ제일제당의 최고마케팅책임자(부사장)로 임명됐다. 노 부사장이 가짜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고 있던 중이었다.
당시 업계에서 “검찰수사 도중 공식자리에 임명된 것은 이 부회장이 노 부사장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그만큼 이 부회장의 신임을 받고 있다는 뜻이다.
노 부사장은 CJ그룹 내부에서 ‘CJ그룹 5인자’로 불릴 만큼 실세로 통했다. 이재현 회장과 이미경 부회장, 이 회장의 어머니인 손복남 고문, 이 회장의 사돈인 정영수 CJ글로벌 고문 등 오너 일가 바로 다음이라는 것이다.
특히 이재현 회장이 구속되고 이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노 부사장에게 크게 의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CJ그룹 관계자들 사이에서 “노 고문을 통하지 않고는 이미경 부회장에 접근할 수조차 없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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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경 CJ그룹 부회장 |
노 고문은 2010년부터 CJ그룹에서 외식사업총괄 브랜드전략 고문을 맡으며 CJ그룹의 외식사업을 진두지휘했다.
노 고문은 오리온에서 임원으로 재직하던 2010년 CJ 뚜레쥬르 리뉴얼 작업 컨설팅을 맡았다. 이 과정에서 이 부회장이 그의 일처리 솜씨에 반해 직접 영입했다.
노 부사장은 CJ에 입사한 후 외식업계 전체의 로고에서 제품 메뉴까지 모든 방면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당시 CJ푸드빌 직원들은 “식재료부터 접시까지 노 고문의 손길이 안 닿는 게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이 부회장이 ‘음식한류’를 목표로 한식 세계화에 힘쓰면서 노 부사장의 그룹 내 입지와 역할이 더욱 강화됐다. 노 부사장은 해외시장을 노린 글로벌 한식브랜드 ‘비비고’를 총괄해 성공적으로 출시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노 부사장이 영입될 당시 자유롭게 일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자 그 뜻을 존중해 고문 역할을 할 수 있게 해줬다.
그러나 정식 직함도 없는 노 고문이 그룹 전체에 지나치게 관여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데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자 지난 7월1일자로 노 부사장을 정식 임원으로 임명했다.
◆ 노희영, 외식업계 ‘미다스의 손’
노 부사장은 미국의 파슨스디자인스쿨을 나온 디자이너 출신이다. 이후 외식업계로 들어서 ‘궁’, ‘호면당’ 등 여러 고급식당을 기획해 성공적으로 이끌며 미다스의 손으로 통했다.
노 부사장은 1988년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전공을 살려 고급 의상실용 단추 디자이너로 일했다. 그러다 당시 이병규 현대백화점 사장의 제안으로 현대백화점 목동점 식당가를 꾸미면서 외식업계에 발을 들여놨다.
국내 최초로 웰빙 과자를 표방했던 ‘마켓오’ 역시 그의 작품이다. 2003년 마켓오 레스토랑을 열며 브랜드를 키웠고 2007년 오리온 외식 계열사 '롸이즈온'에 개발담당이사(CCO)로 임명되면서 오리온에 마켓오를 팔았다.
노 부사장은 2010년 오리온 부사장으로 승진한 지 여섯 달 만에 사직한 후 CJ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그는 “CJ그룹에 내 꿈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노 부사장은 CJ그룹이 운영하는 올리브TV의 요리 경연 프로그램 '마스터 셰프 코리아'에 2012년부터 심사위원으로 출연해 대중에게 얼굴을 알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