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종박 현대오일뱅크 사장과 허수영 롯데그룹 화학BU장이 함께 진행한 1조2천억 원 규모의 투자가 올해 결실을 맺고 있다.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이 함께 세운 현대케미칼이 두 회사 실적에 효자 노릇을 할 것으로 보인다.
◆ 현대케미칼, 현대오일뱅크 롯데케미칼의 실적효자
이동욱 키움증권 연구원은 18일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이 합작해서 세운 현대케미칼의 성과가 올해 본격적으로 모기업의 실적에 반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
|
▲ 문종박 현대오일뱅크 사장. |
현대케미칼은 현대오일뱅크가 60%, 롯데케미칼이 4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화학회사다.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현대케미칼에 모두 1조2천억여 원을 들였다. 국내에서 정유회사와 석유화학회사가 손잡고 공장을 세운 사례는 현대케미칼이 처음이다.
현대케미칼은 현대오일뱅크의 대산공장 안 26만㎡ 부지에 들어서 있다. 수익성 좋은 초경질유 콘덴세이트를 원료로 한해에 혼합자일렌(MX) 120만t, 경질나프타 100만t, 하루에 항공유와 휘발유 등 석유제품 5만 배럴을 생산할 수 있다.
현대케미칼은 혼합자일렌을 롯데케미칼과 현대오일뱅크의 자회사인 현대코스모에, 경질나프타를 모두 롯데케미칼에, 석유제품을 모두 현대오일뱅크에 공급한다.
현대케미칼은 지난해 11월 가동하기 시작해 두달 만에 매출 5709억 원, 영업이익 567억 원을 냈다.
현대케미칼은 올해 콘덴세이트 가격하락에 힘입어 영업이익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됐다.
카타르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던 전 세계 콘덴세이트시장에 이란산 콘덴세이트가 공급되면서 콘덴세이트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 혼합자일렌 등 현대케미칼의 주력 제품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대케미칼의 영업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현대케미칼은 올해 영업이익 2천억 원을 경영목표로 잡았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현대케미칼이 올해 1월과 2월에 모두 6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을 것으로 추산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현대케미칼 주력제품의 수익성이 좋다”며 “현대케미칼이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을 안정적인 수요처로 확보하고 있다”며 단기신용등급을 우수등급인 A2-로 매겼다.
◆ 문종박 허수영, 현대케미칼 가동으로 어떤 효과 보나
현대케미칼 합작사업은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전 현대오일뱅크 사장)에서 문종박 사장으로 이어진 경영과제다. 현대케미칼 합작사업의 시작은 권 부회장이 맡았지만 진행은 문 사장이 이끌었다.
|
|
|
▲ 허수영 롯데그룹 화학BU장. |
문 사장은 지난해 10월 현대케미칼 공장을 방문해 ‘원샷스타트업’, 즉 “한 번에 가동에 성공하자”는 구호를 내세우며 계획대로 공장을 가동하기 위해 힘을 쏟았다.
문 사장은 부사장일 때부터 현대오일뱅크가 국제유가 등락에 영향을 덜 받도록 현대케미칼 등 비정유부문을 강화하는 데 주력했다.
현대케미칼은 현대오일뱅크의 비정유사업부문에 힘을 보탤 것으로 전망됐다.
김용건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현대오일뱅크가 현대오일터미널과 현대쉘베이스오일에 이어 현대케미칼을 상업가동하면서 정유사업 외에도 다양한 사업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며 “현대오일뱅크가 사업다각화에 힘입어 수익기반을 탄탄하게 다지면서 현금창출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수영 화학BU장도 현대케미칼에 힘입어 롯데케미칼의 수직계열화 작업에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허 BU장은 롯데케미칼을 중심으로 수직계열화 구도를 만들고 롯데그룹 화학계열사들의 시너지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허 BU장은 롯데케미칼 사장일 때부터 현대케미칼이 이런 계획에 보탬이 될 수 있다고 보고 현대케미칼을 세우는 데 적극적으로 나섰다.
롯데케미칼은 파라자일렌을 주력제품으로 삼고 있는데 이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혼합자일렌이 꼭 필요하다. 혼합자일렌은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90만 톤의 공급부족이 발생한 품목이다.
이 연구원은 “롯데케미칼이 현대케미칼을 가동하는 데 힘입어 혼합자일렌과 나프타 등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케미칼은 롯데케미칼이 필요로 하는 혼합자일렌의 74.6%를 공급할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