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정말 피보다 진한 것일까?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이 다시 검찰수사 대상에 올랐다. 처형인 이혜경 전 동양그룹 부회장이 담 회장을 횡령혐의로 고소했다.
담 회장은 과거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이 동양사태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을 당시 지원요청을 거절했는데 그 옛 원한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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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 |
14일 업계와 검찰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가 담철곤 회장의 횡령의혹을 배당받아 수사에 들어갔는데 그 뿌리에는 동양사태 당시 담 회장과 현 전 회장의 갈등이 자리잡고 있을 수도 있다.
이번 검찰수사는 담 회장의 처형인 이혜경 전 부회장이 2월 담 회장을 200억~1천억 원대 횡령혐의로 고소하면서 시작됐다.
이 전 부회장은 동양사태로 거액의 채무를 지고 있다. 징역 2년을 선고받고 항소심을 진행하고 있으며 그동안 피해자들의 추가고소가 이어지는 등 동양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전 부회장은 이번 고소를 통해 담 회장이 매각한 아이팩 지분의 소유권을 되찾아 동양사태 피해자들의 압박에서 벗어나는 용도로 쓸 가능성이 높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 전 부회장이 이번 고소로 얻을 수 있는 실익은 아무것도 없다”며 “만약 돈을 손에 쥐게 되더라도 모두 채권자들의 몫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부회장이 실익이 없는데도 담 회장을 걸고 넘어진 데에는 동양사태 당시 품었던 배신감도 한몫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담철곤 회장과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은 동서지간이다.
이양구 동양그룹 창업주의 첫째딸이 현재현 전 회장의 부인인 이혜경 전 부회장이고 둘째딸이 담철곤 회장의 부인인 이화경 오리온그룹 부회장이다.
두 사위가 승계를 받아 경영을 이끌다가 오리온그룹은 2001년 동양그룹에서 독립했고 지분관계도 모두 정리했다.
그 뒤 두 사람은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으나 동양사태로 사이가 틀어졌다.
현 전 회장은 2013년 동양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맞자 담철곤 회장에게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을 위한 담보제공을 요청했지만 담 회장은 이를 거절했다.
담 회장은 자칫 오리온그룹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하지만 당시 현 전 회장 부부가 품었던 상실감과 배신감은 상당했다고 한다.
현 전 회장은 동양사태로 2015년 10월 대법원에서 징역 7년형을 확정받고 현재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혜경 전 부회장이 담 회장을 고소한 배경에 과거 담 회장이 현재현 전 회장의 요청을 거절하지 않았더라면 동양그룹과 현 전 회장이 지금의 사태에 처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배신감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다.
오리온그룹 관계자는 “이혜경 전 부회장이 구제압박을 받으면서 고육지책으로 이번 고소를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화경 부회장과 이혜경 전 부회장의 관계에 문제가 없고 이혜경 전 부회장의 장녀도 오리온에서 여전히 근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오리온그룹 전 임직원이 검찰에 탄원서를 제출한 데 대해 “조경민 전 사장의 경우 배임과 횡령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치고 회사와 소송을 진행 중인 인물”이라며 “근거없는 주장으로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데 대해 강력하게 법적 대응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