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패권 다툼이 치열하다. 하지만 시장이 없다고 판단하는 자동차 회사들도 있다. 전기차를 놓고 벌어지는 글로벌 기업들의 선택과 집중이 명운을 가를 수도 있다. 여기에 모바일 기업들도 호시탐탐 전기차 시장을 노리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가 최근 내놓은 ‘2014 자동차 시장 트렌드’를 보면 전기차는 올해 한국 자동차시장을 이끌 키워드 가운데 하나다. 연구소는 올해 자동차 시장을 4가지 키워드로 봤다. ‘중형차 대전’ ‘전기차 원년’ ‘자동차와 문화 결합’ ‘수입차 경쟁 가열’ 등이다. 연구소는 이 가운데 전기차는 자동차업체들이 손꼽을 만큼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분야라고 내다봤다.
♦ 토요타와 테슬라, 상반된 미래 전망
|
|
|
▲ 엘론 머스크 테슬라 CEO |
토요타는 아이러니하게도 전기차 진출에 소극적이다. 우치야마다 회장은 지난달 30일 워싱턴DC에서 열린 경제클럽에서 연설 직후 진행한 인터뷰에서 “토요타가 간판급 순수 전기차를 출시하지 않는 이유는 시장이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토요타는 대신 2015년까지 15개의 하이브리드와 수소차를 출시하기로 했다. 지난달 15일 경제전문방송 CNBC에 따르면 미국 토요타의 수석부회장인 밥 카터는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수소차는 많은 사람들의 예상보다 더 빨리 우리에게 다가와 확산될 것"이라며 "앞으로 휘발유전기 자동차는 수소연료 전기 차량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토요타는 전 세계적에서 전기차 관련 특허출원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토요타는 지난 14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V)나 전기자동차(EV)를 충전할 때 케이블 없이 주차만으로 충전할 수 있는 ‘자기공명 방식 비접촉 충전 시스템’ 개발에 성공하기도 했다.
토요타는 전기차 혁신 기업으로 부상하는 테슬라와 제휴관계로 이득도 톡톡히 보고 있다. 토요타는 테슬라로부터 배터리와 모터를 공급받고 있으며, 토요타 직원들은 테슬라의 벤처기업가정신을 배우기도 한다. 2010년 제휴 관계를 공고히 하기 위해 아키오 사장은 주당 17 달러에 약 3%의 지분을 확보했다. 그 뒤 테슬라 주가는 360%나 치솟아 19일 현재 주당 219 달러에 이른다.
테슬라는 지난해 전기차 시장에서 뜻밖의 큰 소득을 얻었다. 테슬라는 7만 달러가 넘는 가격에 판매되는 전기차를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순이익은 46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약 2만2000대를 팔았다. 매출액은 6억1520만 달러로 전년 동기의 3억630만 달러에서 2배나 껑충 뛰었다. 현재 ‘모델S’ 세단을 팔고 있고 앞으로 ‘모델X’ SUV도 판매한다.
엘론 머스크 테슬라 사장은 “모델S의 수요를 정확히 예측하기가 어렵다”며 “수요에 맞추기 위해 모델S의 주간 생산량을 1000대까지 끌어올릴 것이고 모델X의 수요는 그 수치를 상회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테슬라는 전기차의 한계 극복을 통해 판매량을 늘리는 작업을 강화하고 있다. 테슬라의 ‘수퍼차저네트워크(급속 전기충전소)’를 활용해 일반 차량에서 전기차로 갈아타고자 하는 소비자들에게 편리함을 최대한 제공한다. 테슬라 전기차를 보유한 고객들에게는 무료 충전 서비스도 곁들여 진다. 테슬라는 19일 고객들에게 4년간 무료로 고속 데이터 통신 연결 서비스와 인터넷 라디오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 구글, 삼성, LG 등 모바일 기업까지 합세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혼미한 상황이다. 10년 전 소니를 쫓아가던 후발주자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으로 역전했듯 자동차업체들은 치열한 기술개발을 통해 전기차의 새로운 최강자의 자리를 노리고 있다.
닛산은 전기차 ‘리프’를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았다. 2010년 10월 미국과 일본에서 출시된 이후 누적 판매 10만대를 넘겼다. 카를로스 곤 닛산 CEO는 “미국의 리프 판매 추세가 월 3000대, 연간 3만6000대로 나아가고 있다”며 “다음 단계는 월 4000대 판매”라고 자신했다. 지난해 미국에서 리프 판매는 전년보다 130% 늘어난 2만2610대에 이르렀다. 특히 지난달은 2529대로 월간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BMW도 전기차에 적극적이다. BMW는 순수 전기차 양산모델인 i3를 지난해 11월 독일에서 처음 출시했다. BMW i3의 중심축은 ‘BMW e 드라이브’다. 이는 차량 후륜 차축 가까이 장착된 전기모터를 통해 도시 주행에 필요한 내용을 즉각적으로 응답하는 기술이다. 외신에 따르면 이 차는 전 세계적으로 대기 기간이 6개월, 주문량이 1만1000대일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
|
|
▲ 출처: 한국과학기술연구원 |
전기차의 숨은 경쟁자는 모바일 기업들이다. 최근 차량용 전장부품 시장에 뛰어든 구글, 삼성전자, LG전자 등은 전기차 1위를 노리는 자동차업체들에게 특히 위협적인 존재다. 양산형 순수 전기차가 ‘배터리’를 중심으로 차량 무게를 가볍게 하기 위해 설계를 완전히 바꾸는 형식이기 때문이다. 즉 기존 자동차업체들의 경쟁력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지적재산권분석기업 엔비전아이피 분석에 따르면 주요 7개 모바일 기업이 보유한 미국 자동차 관련 특허는 962건에 달한다. 1위를 차지한 구글은 총 310개 자동차 관련 특허를 등록했다. 주로 자율주행자동차 기술과 관련된 내용이다. 삼성전자는 234개로 주로 전기차와 재충전배터리 기술에 집중한다. LG전자와 소니도 각각 162개, 155개나 되는 자동차 특허로 혁신을 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