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갤럭시S8에 적용한 새 소프트웨어 기능에 외국언론들이 의문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아직 다양한 앱에서 활용성을 증명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스마트폰 소프트웨어 경쟁력에서 약점을 보였는데 명예회복에 성공하려면 기술발전과 외부협력사 확보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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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 |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인사이더는 30일 “갤럭시S8에 탑재된 ‘빅스비’는 지금까지 시장에 나온 음성인식서비스 가운데 가장 기능이 제한적”이라며 “많은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8 출시행사에서 빅스비를 경쟁작과 차별화되는 삼성전자만의 장점으로 강조하며 다양한 활용가능성을 설명했다.
빅스비는 애플 아이폰의 ‘시리’나 구글 ‘구글어시스턴트’와 같이 사용자의 음성명령을 인식하고 실행한다. 카메라로 찍은 이미지를 자동으로 인식하거나 자주 쓰는 기능을 학습하는 능력도 있다.
하지만 이런 기능은 사실상 애플과 구글 외에 아마존과 MS 등이 이전부터 선보인 여러 기술을 빅스비로 통합해 모아둔 것에 불과해 실제로 경쟁력이 돋보일 수 있을지 의문이 나온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빅스비의 기능은 기존에 시장에 나왔던 기술과 크게 다르지 않고 인식기능도 크게 뛰어나지 않다”며 “터치방식의 인터페이스보다 편리한 점이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8을 시작으로 빅스비를 사물인터넷 가전과 전장부품 등에 확대적용해 2020년까지 모든 제품을 음성으로 동작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플랫폼 전략을 강조하고 있다.
글로벌 IT기업과 경쟁에 후발주자로 뛰어들었지만 스마트폰사업의 경쟁력을 앞세워 빠르게 시장지배력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빅스비가 아직 외부 앱 개발자와 협력이 부족해 삼성전자의 자체 카메라와 메시지앱 등을 지원하는 데 그치는 점이 소비자들에 활용성을 증명하는 데 최대 약점으로 꼽힌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앱 개발자들이 상대적으로 턱없이 적은 수의 갤럭시S8의 사용자를 위해 빅스비 지원기능을 추가할 가능성은 낮다”며 “엣지 인터페이스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는 곡면화면에 적용할 수 있는 ‘엣지 인터페이스’와 갤럭시노트 시리즈의 ‘S펜’을 활용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에 외부 개발자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하지만 성과는 거의 내지 못했다.
스마트폰 소프트웨어 개발을 총괄하는 이인종 삼성전자 부사장은 빅스비를 통해 사용자들이 차량을 호출하거나 음식을 주문하는 등 다양한 기능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미 애플의 ‘시리’는 여러 개발자들의 참여로 수많은 앱을 직접 지원한다.
하지만 빅스비가 이전과 같이 외부 개발자 확보에 실패해 페이스북과 카카오톡 등 사용자들이 실질적으로 자주 사용하는 앱을 지원하지 못할 경우 활용성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구글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전체에 자체 음성서비스 ‘구글어시스턴트’ 적용확대를 추진하는 것도 걸림돌로 꼽힌다. 갤럭시S8 사용자들이 빅스비 대신 외부 개발자 협력에 훨씬 유리한 구글의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빅스비에 장기적으로 다양한 언어의 지원계획을 밝혔지만 아직 영어와 한국어로만 사용할 수 있는 점도 아쉽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자전문매체 씨넷은 “빅스비가 아주 빠른 속도로 발전하지 못한다면 삼성전자는 경쟁에서 크게 밀릴 수밖에 없다”며 “성공할 경우 구글에 의존을 낮출 수 있는 소프트웨어 역량을 확보하겠지만 반대의 경우 웃음거리로 남으며 신뢰를 더욱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갤럭시S8을 모니터 등에 연결해 PC처럼 사용할 수 있는 새 기능 ‘덱스’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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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갤럭시S8을 PC처럼 사용하는 새 기능 '덱스'. |
삼성전자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협력해 오피스 소프트웨어를 PC와 거의 같은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을 선보여 호평받았다.
하지만 엔가젯은 “갤럭시S8의 성능한계로 PC처럼 여러 창을 띄워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며 “아직 덱스의 기능을 온전히 지원하는 앱도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모토로라와 MS, HP 등 기업들은 그동안 스마트폰을 PC처럼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벌였지만 결국 실패했다. 엔가젯은 삼성전자의 덱스 역시 특별한 차별점을 증명하지 못한다면 같은 운명에 놓일 수 있다고 봤다.
갤럭시S8의 새 기능들은 고동진 사장이 소프트웨어 중심의 개발문화 정착을 선언한 뒤 이를 평가받을 수 있는 중요한 시험대로 꼽힌다. 이번에도 경쟁력 증명에 실패할 경우 하드웨어 중심기업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기는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새로 선보인 기능들은 아직 초기단계로 외부협력 확대를 포함해 꾸준한 발전을 보일 것”이라며 “아직 관련기술의 일부를 선보인 데 불과하며 새 기능을 계속 추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