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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구 수출입은행장(왼쪽)과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추진방안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
최종구 한국수출입은행장이 정부와 산업은행의 출자로 자본을 확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 행장은 23일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수출입은행의 자본확충을 위해 자본확충펀드 사용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정부와 산업은행의 출자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정확히 자본확충 규모가 얼마가 될지 아직 모르지만 약 1조 원 정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대우조선해양의 손실규모를 보면서 자본확충 규모를 협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23일 채권자들의 자율적인 채무조정을 전제로 대우조선해양에 2조9천억 원의 자금을 추가로 투입하는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1대1의 비율로 2조9천억 원의 자금을 대우조선해양에 빌려주기로 했는데 수출입은행의 경우 자금을 추가적으로 지원할 경우 BIS(국제결제은행)자기자본비율 하락이 불가피하다.
최 행장은 그동안 자본확충 방안으로 정부출자, 코코본드(조건부신종자본증권) 발행, 한국은행의 자본확충펀드 활용 등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정부와 산업은행의 출자 방식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수출입은행은 지난해에도 산업은행의 현물출자와 정부의 현금출자로 1조5천억 원가량을 지원받아 자기자본비율을 끌어올렸다.
최 행장이 자본확충펀드를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대우조선해양이 사전회생계획제도(P-Plan)에 돌입할 경우 수출입은행이 대규모의 선수금을 물어줘야 하는 탓에 자본확충펀드를 사용해야 할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수출입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 대우조선해양 관련 위험노출액(익스포저)으로 금융기관 가운데 가장 많은 10조2천억 원을 보유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 선수금환급보증(RG)이 7조 원에 육박한다.
수출입은행은 자기자본 규모가 11조 원대에 그치는 만큼 선수금환급보증의 대규모 환급이 일어날 경우 자본비율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자본확충펀드는 정부와 한국은행이 지난해 국책은행의 자본확충을 위해 11조 원 규모로 조성한 것으로 그동안 한국은행의 발권력으로 국책은행의 자본을 확충한다는 비판에 따라 한번도 사용하지 못했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이 사전회생계획제도에 들어갈 경우 수출입은행의 자본확충이 절실한 만큼 활용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최 행장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출자전환에 대해 영구채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출입은행은 지난해 말에도 자본비율을 방어하기 위해 대우조선해양의 영구채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출자전환을 했다.
영구채는 주식보다 낮은 순위의 위험자산으로 평가돼 자본비율을 크게 떨어뜨리지 않는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보유하고 있는 무담보채권 1조6천억 원 모두를 출자전환하기로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