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미르와 K스포츠에 포스코의 기금출연은 청와대의 압력을 느껴 불이익을 받을 것을 염려해 결정한 것이라고 증언했다.
비선실세의 포레카 강탈시도에 연루됐다는 의혹은 전면적으로 부인했다.
권 회장이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판사)의 심리로 열린 최순실씨,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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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준 포스코 회장. |
그는 “포스코가 미르와 K스포츠에 출연한 이유는 대통령의 관심사업이었기 때문”이라며 “당시 순손실을 기록해 회사가 어려운 상황이었으나 불이익이 염려돼 재단 출연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검찰이 출연과정에서 그룹이 정한 사회공헌기금 지정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는데 사실이냐고 묻자 권 회장은 “전혀 검토되지 않았다고 하기는 힘들다”고 대답했다.
그는 “최종 결정은 이사회에서 이뤄지는데 전경련에서 연락온 시점과 이사회 결의 사이에 10일 정도 시간이 있었다”며 “그 중간에 검토를 어느 정도는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회장은 비선실세의 포레카 강탈시도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김영수 전 포레카 대표가 안 전 수석에게 ‘모스코스가 포레카를 인수할 수 있게 해달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진술했는데 권 회장도 같은 취지의 연락을 받았냐는 검찰의 질문에 권 회장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대답했다.
검찰은 안 전 수석이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김 전 포레카 대표와 권 회장에게 전화해 ‘모스코스가 포레카를 인수할 수 있게 협조해달라’고 요청했고 김 대표와 권 회장이 협조한 것으로 봤다. 모스코스는 최 씨가 실소유한 회사로 알려졌다.
권 회장은 2016년 2월22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독대했을 때 박 전 대통령이 배드민턴팀 창단 이야기를 꺼냈다고 밝혔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이 미르와 K스포츠를 언급하면서 여자 배드민턴팀 창단의 필요성을 언급했다”면서도 “포스코를 지정해서 한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권 회장은 박 전 대통령과 독대한 이후 안 전 수석에게 조성민 더블루K 대표의 연락처를 받았고 황은연 포스코인재창조원장에게 조 대표와 사업을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더블루K는 처음 들어본 곳이라서 왜 이런 기업 얘기가 나오는지 의아하게 생각했다”며 “이 회사가 어떤 곳인지 몰라도 박 전 대통령이 관심 있는 곳이라고 여겼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황은연 사장에게 조 대표를 만나서 사업을 추진하라고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포스코가 더블루K에게 배드민턴팀 창단을 거절하자 안 전 수석이 권 회장에게 더블루K가 불쾌해하니 사과하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권 회장은 설명했다.
그는 “(당시에) 뭐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우리 지구상에 일어날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다”면서도 “국가에서 다 계획을 갖고 있는 것이니 우리가 도외시 할 수 없지 않느냐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올해부터 펜싱팀을 창단하고 펜싱팀 관리를 더블루K에 맡기겠다는 내용을 합의했다.
권 회장은 “(펜싱팀 창단은) 통합스포츠단 창단을 막으려고 어쩔 수 없이 내놓은 것”이라면서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지지 않았다면 올해부터 펜싱팀을 창단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