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금호타이어를 되찾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 인수를 놓고 컨소시엄 구성을 허용해줄 것을 채권단에 요구했으나 채권단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기 때문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13일 서울 광화문 본사사옥에서 금호타이어 인수 관련한 설명회를 열고 “금호타이어 채권단이 금호타이어 인수를 놓고 박 회장에게 컨소시엄 구성을 허용해야 한다”며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를 인수하기 위해 컨소시엄을 구성할 수 없다면 우선매수권을 포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박 회장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금호타이어 인수를 추진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방침을 세웠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13일 박 회장 측의 요구를 놓고 “우선매수청구권을 제3자에게 양도할 수 없다는 원칙은 이미 매각추진 과정에서 지켜져 온 것”이라며 “박 회장 측이 인수할 돈이 없어 이 같은 여론전을 펼치는 것으로 보이지만 채권단 방침은 번복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단의 입장이 바뀌지 않는 한 박 회장은 우선매수권을 포기해야 할 처지에 몰리게 된다.

박 회장은 13일 금호아시아나그룹 사옥에서 기자들을 만나 인수자금인 1조 원을 개인적으로 모으지 못했다고 밝혔다. 채권단이 컨소시엄을 구성하도록 허용하지 않으면 금호타이어 인수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박 회장은 이에 앞서 재무적투자자를 통해 인수자금을 마련했다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재무적투자자의 실체를 밝히지 않아 인수자금을 마련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았다.

박 회장 측은 채권단이 입장을 바꿀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산업은행은 박 회장이 우선매수권을 행사만료를 앞둔 시점에서 컨소시엄 구성을 허용할지 최종 결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박 회장은 채권단이 컨소시엄을 끝내 허용하지 않을 경우 소송도 준비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그동안 법무법인 김앤장과 세종에 금호타이어 인수자문을 맡겨 법률자문을 구해왔다.

박 회장이 우선매수권을 포기하면 우선협상대상자인 중국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를 손에 넣게 된다.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 경영정상화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를 인수한 이후에도 독립적으로 경영하도록 유지할 계획을 세웠다.

더블스타는 13일 공식 입장자료를 내고 “금호타이어는 중국에서 생산비중이 40% 수준이지만 2015년부터 중국 금호타이어 주요공장은 적자를 내고 있어 어려움을 타개할 돌파구가 중국에 있다”며 “중국에서 더블스타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경영난을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매출 2조9476억 원, 영업이익 1200억 원을 낸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2015년보다 매출은 3.1%, 영업이익은 11.7% 줄었다.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면 한국타이어, 금호타이어, 넥센타이어로 ‘3강 체제’를 이루던 국내 타이어업계는 한국타이어와 넥센타이어 ‘2강 체제’로 바뀌게 된다.

최근 중국이 사드문제로 우리나라에 압박을 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기업을 중국회사에 넘기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 하는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박 회장은 2015년 금호산업을 인수한 데 이어 올해 금호타이어까지 되찾아 그룹을 재건하려 했으나 이런 계획이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10년 워크아웃에 돌입하면서 금호타이어 지분을 채권단에 넘겼다.

채권단이 매각하는 금호타이어 지분은 42.01%로 더블스타는 인수금액으로 9550억 원을 제시했다.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이날 더블스타와 금호타이어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채권단은 박 회장에게 3일 안에 우선매수권 행사여부를 물어야 한다.

박 회장은 채권단이 통보한 뒤 한달 안에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지를 결정해야 하고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45일 안에 자금조달 방안과 계약금 955억 원을 채권단에 내야 한다. [비즈니스포스트 박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