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사는 회사원 진모(52)씨는 주말을 이용해 제주여행을 갔다 중국 사드 후폭풍을 실감하고 돌아왔다.
봄기운이 완연한데도 제주지역 주요 관광지마다 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기면서 한적한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진씨는 “내국인들은 사드보복 덕분에 손님 대접을 제대로 받을 수 있게 됐지만 지역상인들은 장사가 안돼 한숨만 내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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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13일 오전 제주도청 삼다홀에서 주간정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
13일 제주도와 관광업계 등에 따르면 18일 제주를 방문해 유채꽃걷기에 참가하기로 돼 있던 중국 요녕성 다렌 도보동호회 200여 명이 일정을 취소했다. 중국당국의 사드보복으로 비자발급이 중단된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4월 제주 왕벚꽃축제 여행상품을 판매했던 중국여행사도 최근 중단했다. 제주관광협회 주관 국제마라톤 참가신청자 가운데 중국인들의 취소도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도에 따르면 12일까지 제주방문을 취소한 중국인 관광객은 11만7708명으로 나타났다. 6일까지 집계된 11만1089명에서 6천여 명이 더 취소한 것이다.
사드배치 후폭풍이 제주를 강타했다. 중국정부가 자국 여행사를 상대로 16일 이후 한국방문 단체관광객에게 취소 또는 다른 국가로 변경하도록 전면적 압박을 강화할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후유증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제주는 지난해 기준으로 중국인관광객이 306만1522명으로 전체 외국인관광객의 85%를 차지했다. 본격적인 여행철을 앞두고 있어 사드보복에 따른 긴장감이 클 수밖에 없다.
제주특별자치도는 도지사를 중심으로 한 대책본부를 설치 운영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13일 도청에서 주간정책회의를 열고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전문가들의 자문과 현장 관계자들의 여론을 잘 수렴해 15일 이후 관광은 물론 부동산, 건설 분야에까지 대책을 충실하게 세워달라"고 당부했다.
원 지사는 "앞으로 대책을 놓고 중앙부처와 본격적인 협의를 진행하고 또 정치권에 협조도 구해 나가는 일정들이 잡혀져 있다"며 "관광국뿐 아니라 다른 부서에서도 이와 관련된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강조했다.
제주도가 사실상 비상상황을 선포하며 대책마련에 나섰지만 뾰족한 해법을 찾기 쉽지 않아 보인다.
제주자치도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제주기점 중국 23개 도시에 운항되는 159편 중 14개 도시 86편의 운항이 중단되거나 감편됐다. 크루즈도 3월16일부터 8월31일까지 제주 기항 예정 625항차 가운데 95항차가 취소됐다.
항공 및 호텔업계 등에서 유커 의존도를 낮추는 대신 내국인 발길잡기에 부심하는 모습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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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오후 제주공항 국제선 출국장이 중국정부의 사드보복 조치로 여느 때와 달리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
제주항공은 28일 광주-제주 노선 신규취항을 기념해 이 노선의 항공권을 특가판매한다. 탑승일 기준 3월28일부터 10월 28일까지 이용할 수 있는 항공권이 유류할증료와 공항시설사용료 등을 모두 포함해 총액운임 9900원부터 판매된다.
15일부터 28일까지 제주항공 홈페이지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모바일 웹에서만 특가항공권을 예매할 수 있다.
대한항공은 '꿈의 항공기'로 불리는 새 항공기 B787-9 1호기를 김포~제주 노선에 12일부터 투입해 고객유치에 나섰다. 이 노선은 하루 3회 운항된다. 기체 50% 이상을 탄소 복합소재로 만든 친환경 항공기로 기내 기압과 습도를 높여 한층 편안한 여행환경을 제공한다고 대한항공은 설명했다.
호텔업계도 내국인 고객유치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제주해비치호텔은 제주항공과 손잡고 항공권 프로모션 동안 예약고객에게 숙박료를 최대 65%까지 할인해준다.
항공권 예약 시 호텔 이티켓을 보낸 뒤 해비치호텔에서 수속할 때 탑승권을 제시하면 된다. 숙박이용기간은 4월1일부터 8월30일까지이며 일부 기간은 제외된다.
제주신라호텔은 가족형 패키지상품인 '아이러브 패키지'를 출시했다. 영유아(36개월~5세)를 동반한 고객들은 다양한 놀이를 학습할 수 있는 짐보리 캠프 프로그램(1회) 체험을, 어린이(6~12세) 동반 고객들은 꼬마 요리사 ·키즈 아일랜드 캠프 ·키즈 캐빈 등 아이들의 오감을 키우는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정부의 사드보복이 언제 끌날 지 가늠조차 어려운 상황이지만 내국인들이 넘쳐나는 중국인들 때문에 유명 관광지마다 차별받는 피해나 불편도 많았던 만큼 오히려 제주를 여행할 기회가 될 수 있다”며 “관련 업계도 유커 의존도를 낮추고 해외로 눈을 돌리는 내국인들의 발길을 잡을 상품을 내놓는 게 최선의 대책일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