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가격 상승으로 빅테크 AI 투자 '한계점' 임박 분석 나와, "수요 파괴" 시나리오 거론

▲ 서버용 D램과 낸드플래시, HBM 가격 상승으로 데이터센터 투자에 차지하는 지출 비중이 높아지며 수요가 단기간에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엔비디아 GB200 GPU 기반 인공지능 서버 홍보용 이미지. <엔비디아>

[비즈니스포스트] 메모리반도체 가격 급등에 빅테크 기업들의 자금 여력이 한계를 맞아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 위축을 이끄는 임계점이 임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공급사들이 고대역폭 메모리(HBM)와 서버용 D램, 낸드플래시 호황에 수혜를 보고 있지만 역효과도 그만큼 커질 수 있다.

7일 메모리반도체 전문 리서치 플랫폼 메모리캐펙스에 따르면 주요 클라우드 업체들의 설비 투자 비용에서 HBM과 D램, 낸드플래시가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시장 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클라우드서비스사업자(CSP)의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인공지능 인프라 관련 지출에서 메모리반도체의 비중은 2026년 약 47%에서 2027년 68%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메모리캐펙스는 주요 클라우드 업체들의 2027년 설비 투자 총액이 2026년보다 50% 증가한다고 가정할 때 메모리반도체 구매 비용은 약 117% 상승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2026년 주요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에 지출한 만큼의 자금이 2027년에는 메모리반도체를 사들이는 데만 쓰일 수 있다는 의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서버용 메모리반도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만큼 자연히 데이터센터 분야의 수요 증가와 가격 상승에 큰 수혜를 기대하고 있다.

다만 메모리캐펙스는 이러한 시나리오를 반도체 공급사들에 유리한 신호로만 해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빅테크 기업들이 메모리반도체 가격 급등에 부담을 느끼고 재무 여력에도 한계를 맞아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투자를 축소하는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것이다.

메모리반도체 제조사들의 실적 증가가 출하량 증가보다 가격 상승에 의존하는 흐름이 더욱 뚜렷해졌다는 점도 업황 전반에 불안 요소로 지목됐다.

메모리캐펙스는 마이크론의 회계연도 3분기 D램 평균 판매가가 지난 회계연도 3분기보다 260% 이상 상승했지만 출하량은 용량(비트) 기준으로 20% 초반대의 증가폭을 보였다는 데 그친 점을 근거로 들었다.

2027년에는 서버용 D램과 SSD, HBM의 가격 상승세가 더 이어지면서 이러한 추세가 더 분명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시됐다.
 
메모리 가격 상승으로 빅테크 AI 투자 '한계점' 임박 분석 나와, "수요 파괴" 시나리오 거론

▲ SK하이닉스의 서버용 메모리반도체 전시장 홍보용 사진. < SK하이닉스 >

실제로 관련 업계에서 메모리반도체 수요를 축소하는 움직임도 파악되고 있다.

엔비디아가 차세대 ‘루빈 울트라’ 시리즈 인공지능 반도체에 HBM 탑재량을 낮추는 방안을 시험하고 있다는 조사기관 트렌드포스의 분석이 대표 사례로 제시됐다.

서버 제조사들이 기존에 주로 사용하던 96기가바이트(GB) 또는 128GB 서버용 D램 대신 32GB나 64GB 모듈의 탑재 비중을 높이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메모리캐펙스는 메모리반도체 고객사들의 이러한 추세가 단순히 공급 부족에 대응하는 차원을 넘어 한정된 자본을 분배하는 문제로 넘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HBM과 D램, 낸드플래시의 가파른 가격 상승이 ‘수요 파괴’ 시나리오를 현실화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이어졌다.

다수의 고객사들이 메모리반도체 비용에 부담을 느껴 수요를 대폭 축소하기 시작한다면 업황이 악화하는 시기도 예상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는 의미다.

결국 메모리캐펙스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제조사의 수익성이 2028년까지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해지고 있다고 바라봤다.

메모리캐펙스는 이러한 수요 파괴 현상이 실제로 나타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가장 분명한 지표는 미국 4대 클라우드 업체들의 설비 투자 금액과 델을 비롯한 서버 제조사들의 수주 실적이라고 지목했다.

다만 이러한 징후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실제로 데이터센터 투자가 위축될 것이라고 예측할 만한 근거는 뚜렷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메모리캐펙스는 “메모리반도체가 전체 데이터센터 투자 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보다 고객사들이 인공지능 사업의 성과를 수익성 개선 및 현금흐름 증가로 얼마나 전환하고 있는지가 핵심”이라고 전했다.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를 실적 및 재무구조 개선으로 확실하게 이어갈 수 있다면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상승해도 지출을 이어갈 만한 당위성이 확보되기 때문이다.

메모리캐펙스는 결국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수익성은 메모리반도체 가격 상승의 수혜를 반영하고 있지만 지나친 수준에 이른다면 상황이 역전될 수 있다는 점을 투자자들이 염두에 둬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