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값 반등을 타고 은행권의 ‘금테크’ 시장에도 다시 활기가 돌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골드바 판매와 골드뱅킹 잔액이 7개월 만에 나란히 반등한 가운데 은행들은 비대면 판매 재개와 상품군 세분화 등 저마다의 방식으로 금 투자 고객을 공략하고 있다.
여기에 국제 금값이 추가로 오를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되살아난 금 투자 열기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10일부터 모바일 앱(애플리케이션) ‘KB스타뱅킹’과 인터넷뱅킹을 통해 비대면 골드바 판매를 다시 시작한다.
지난해 국제 금값 상승으로 금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은행권은 골드바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소형 골드바를 중심으로 품귀 현상이 빚어지자 판매를 중단하거나 제한하는 은행들이 잇따랐다.
국민은행 역시 당시 수급 불안으로 일부 골드바 판매를 중단하고 비대면 거래를 제한했다. 현재는 영업점에서 1kg 대형 골드바만 판매하고 있다.
이번 비대면 판매 재개와 함께 상품 구성과 거래 조건도 손질했다.
판매 중량은 기존 10g과 100g, 1kg에 37.5g(10돈)을 새로 추가했다. 기존에는 10g 다음 판매 단위가 100g으로 크게 뛰었던 만큼 중간 중량을 보강해 투자금액에 따른 선택 폭을 넓히려는 것이다.
거래비용 부담도 줄인다. 고객이 골드바를 살 때 적용되는 판매마진율은 10g 상품이 기존 7.0%에서 6.0%로 1%포인트, 100g 상품은 5.0%에서 4.9%로 0.1%포인트 낮아진다. 새로 추가되는 37.5g 상품에는 6.0%가 적용된다.
금 투자 수요가 다시 살아나는 가운데 판매채널과 상품 선택지를 넓히고 거래비용까지 낮추며 실물 금 투자 고객 공략에 다시 힘을 싣는 모습이다.
다른 은행들도 금 투자 수요를 겨냥한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신한은행은 골드바 중량별 상품군을 한층 세분화했다. 지난 5월 112.5g과 375g, 500g 상품을 새롭게 추가하면서 기존 △1g △3.75g △5g △37.5g △100g △1kg을 포함해 모두 9종으로 선택지를 넓혔다.
소형 골드바를 활용해 선물 수요까지 공략하는 점도 눈에 띈다. 모바일 앱 ‘신한 슈퍼SOL’에서는 1g과 3.75g 골드바를 다른 사람에게 선물할 수 있다.
비교적 적은 금액으로 실물 금을 구매할 수 있는 데다 모바일로 간편하게 주고받을 수 있어 금 투자를 처음 접하는 고객도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 투자 상품의 범위는 새로 구매하는 골드바를 넘어 기존에 보유한 실물 금으로도 넓어지고 있다.
하나은행은 골드바뿐 아니라 주얼리와 메달, 동물 형상, 황금열쇠 등 고객이 보유한 다양한 형태의 금을 맡길 수 있는 골드신탁을 운영하고 있다. 최소 가입 중량은 30g이다.
금값 상승으로 집에 보관해온 금의 가치도 높아진 만큼 이른바 ‘장롱 속 금’을 투자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실물 금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 계좌를 통해 투자하는 방법도 있다.
골드뱅킹은 국제 금 시세와 원/달러 환율에 따라 금을 사고팔 수 있는 계좌로 국내에서는 국민·신한·우리은행이 취급하고 있다. 0.01g 단위로 거래할 수 있어 소액 투자가 가능하고 별도로 금을 보관할 필요도 없다.
은행들이 이처럼 금 투자 상품과 서비스를 확대하는 배경에는 최근 되살아나고 있는 투자 수요가 자리하고 있다.
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8월 골드바 판매액은 모두 335억300만 원으로 7월 333억600만 원보다 0.6% 증가했다.
전체 판매액 증가폭은 크지 않지만 영업일 기준으로 보면 회복세가 뚜렷하다. 5대 은행의 하루 평균 골드바 판매액은 7월 약 14억5천만 원에서 8월 약 16억 원으로 10.2% 늘었다. 월별 일평균 골드바 판매액이 전월보다 증가한 것은 올해 1월 이후 7개월 만이다.
골드뱅킹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국민·신한·우리은행 등 골드뱅킹을 운영하는 3개 은행의 관련 잔액은 8월 말 1조8070억 원으로 7월 말 1조7159억 원보다 5.3%(911억 원) 늘었다.
골드뱅킹 잔액이 전월보다 증가한 것도 올해 1월 이후 7개월 만이다. 실물과 계좌를 통한 금 투자 수요가 동시에 반등한 셈이다.
이 같은 흐름에는 8월 들어 가파르게 오른 국제 금값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국제 금 현물 가격은 8월 한 달 동안 9.7% 상승했다. 올해 1월 이후 가장 큰 월간 상승폭이다. 7월 1.1% 상승에 그쳤던 금값이 8월 들어 상승폭을 크게 키운 것이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2일 보고서에서 “미국 경기 둔화 우려와 물가 안정으로 금리 인상 기대가 약해지면서 금 가격이 반등했다”며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 확대도 금 가격 상승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금 투자 수요를 겨냥한 은행권의 움직임이 한층 분주해질 것으로 보인다. 골드바 참고용 사진. <연합뉴스>
금리 인상 기대가 낮아지면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금을 보유하는 데 따른 기회비용이 줄어 상대적 투자 매력이 높아진다.
이 때문에 미국의 금리 전망은 국제 금값을 움직이는 주요 변수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도 크게 늘었다. 올해 2분기 중앙은행의 금 순매입량은 289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2% 증가해 2분기 기준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금값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 연구원은 물가 안정 흐름이 이어진다면 연말 금 가격이 온스당 5천 달러 안팎까지 오르고 내년 말에는 6천 달러 부근에 이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금값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은행권의 금 투자 수요도 한층 더 힘을 받을 수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일반적으로 가격이 떨어질 때 매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금은 가격이 오를 때 오히려 개인투자자의 추격매수가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며 “올해 초 증시에 집중됐던 투자자금이 최근에는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쪽으로 움직이면서 안전자산인 금을 찾는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해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