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륜형 장갑차와 궤도형 자주포가 5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브의 세인트 마이클 광장에 전시돼 있다. <연합뉴스>
다만 유럽이 방산 지원책을 강화해도 생산 역량을 단기간에 향상하기 어려운 것으로 평가되는데 현지 생산 거점을 구축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대로템 등에 사업 기회가 더 커질 수 있다.
30일(현지시각) 안보 전문매체 디펜스인포에 따르면 독일을 비롯한 EU 국가는 국방비 확대와 자국 및 역내 방산 생산 능력 확충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우선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28일 회원국인 불가리아와 라트비아에 대해 무기 공동구매 대출 기금(SAFE)을 각각 4억8930만 유로(약 6730억 원)와 5억 2470만 유로(약 7216억 원)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해당 기금은 2030년까지 EU 공동 예산 1500억 유로(약 264조 원)를 활용해 미사일과 드론 등 각종 무기를 조달하는 저금리 대출을 회원국에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뿐 아니라 EU는 무기 개발과 연구에 2021년부터 2027년까지 95억 유로(약 13조 원)를 투입하는 유럽방위기금(EDF)과 무기 생산 설비 증설에 2025~2027년 2년 동안 자금을 지원하는 15억 유로(약 2조3700억 원) 규모의 유럽방위산업프로그램(EDIP)도 도입했다.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지난 2월12일 펴낸 보고서를 통해 “2020년대 말까지 유럽 내 국방비 지출은 모두 8천억 유로(약 1265조 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현재 EU는 우크라이나에 미사일 방어 시스템과 탄약, 레이더 등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2022년 2월24일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이 5년 차로 접어들며 무기 재고를 보충할 필요가 커져 방산 관련 기금을 마련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방산 기금의 특징으로는 현지 무기 생산을 요구한다는 점이 꼽힌다.
SAFE 대출과 EDIP 모두 자금 지원의 대상이 되는 무기 부품 가운데 역외산 비중을 35% 이하로 낮추라는 조건이 달려 있다.
유럽 각국이 무기 생산 능력의 한계로 한국이나 대만을 비롯한 아시아계 국가산 제품을 사용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마르틴 스클레나르 마르틴 스클레나르 전 슬로바키아 국방부 장관은 지난 5월21일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안보 포럼에서 “유럽 방위 산업의 평균 납품 대기 기간은 5.2년으로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 싱크탱크 유럽정책분석센터도 지난 4월23일 보고서를 통해 “자금이 아니라 생산 능력 부족이 가장 큰 제약”이라는 진단을 내놨다.
▲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왼쪽 다섯 번째부터)와 이리네우 다러우 루마니아 경제부 장관, 이용철 방위사업청장이 11일 루마니아 듬보비차에서 열린 K9 자주포 현지 공장 착공식에서 첫 삽을 뜨고 있다. <연합뉴스>
유럽 국가가 자국 업체의 생산능력 부족을 보완하기 위해 해외 업체를 현지 공급망에 편입하는 데에는 문을 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방산업체는 이미 루마니아 등에 현지 생산 거점과 공급망을 구축해 대응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2월11일 루마니아에 K9 자주포와 K10 탄약 운반 장갑차를 생산할 현지 공장(H-ACE Europe)을 착공했다.
알렉스 웡 한화그룹 글로벌 최고전략책임자는 파이낸셜타임스를 통해 “각국 정부는 지정학 분쟁으로 공급 차질이 빚어질 상황에 대비해 무기 생산의 현지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며 “한화가 현지 거점을 구축하는 이유도 이러한 흐름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현대로템도 지난 4월27일 폴란드 국영 방산 그룹 PGZ 산하 업체인 부마르와벤디와 폴란드형 K2 전차인 K2PL의 현지 생산 협력을 위한 계약식을 했다.
이에 앞서 현대로템은 지난해 8월 부마르와벤디와 K2 전차 180대를 폴란드에 공급하는 65억 달러(약 9조 원)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이 가운데 61대는 현대로템의 기술을 이전받은 부마르와벤디가 폴란드 현지 공장에서 생산한다.
LIG 디펜스&에어로스페이스(LIG D&A)도 지난 6월15일 독일 방산기업 라인메탈에어디펜스와 유럽에 방공 시스템을 공급하기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이와 함께 중장기적으로는 유럽에서 무기를 개발해 생산 및 판매를 추진할 현지 합작회사를 설립하는 내용도 논의했다.
한국 방산기업이 직간접적으로 유럽에서 무기를 생산해 현지에 공급하는 사업 모델을 갖춰가고 있는 것이다.
독일의 라인메탈을 비롯한 유럽 주요 방산 기업도 투자 확대와 구조조정을 비롯해 생산 능력 제고에 나섰다.
그러나 EU 집행위원회는 2025년 3월19일 백서를 출간해 “유럽 기업은 EU 회원국이 필요로 하는 수량과 속도로 방위 시스템과 장비를 생산할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결국 EU가 방산 현지 생산 기조를 강화하고 지원책을 늘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대로템 등 현지에 생산 거점 확보를 추진한 K 방산기업에 더 많은 사업 기회가 돌아갈 가능성이 고개를 든다.
디펜스인포는 “한국 방산업체는 유럽의 방산기업이 빠르게 구축하지 못했던 대량 생산 능력과 유럽 내 제조 기지를 제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