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고령화로 반도체 호황의 수혜 반감" 분석, 골드만삭스 "기업 이익 분배 필요" 

▲ 시민들이 3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에서 무료 급식을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한국이 인공지능(AI) 반도체 호황으로 수출과 기업 실적이 개선되고 있지만 가계 소비로 이어지는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반도체 기업이 거둔 막대한 이익이 가계에 더 많이 분배돼야 기업 중심의 경기 회복을 소비와 성장으로 연결할 수 있다는 글로벌 증권사 진단도 제시됐다.

30일(현지시각) 경제전문지 포천은 증권사 골드만삭스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를 인용해 “한국 정부는 경제 호황이 가계로 확산하기 위해서는 기술 기업이 거둔 막대한 이익을 더 공정하게 분배할 필요가 있다”고 보도했다. 

포천은 한국 경제를 기업 재무 상태는 개선되지만 민간 소비는 부진한 일명 ‘K자형’ 구조라고 평가했다.

그 원인으로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과 급속한 노령화를 지목했다. 

지난 26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년 출생통계’에 따르면 2025년 합계출산율은 0.80명을 기록했다. 이는 인구 수준을 유지하는 기준선으로 알려진 2.1명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지난해 11월1일 기준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2024년보다 60만1천 명 증가한 1072만3천 명으로 전체 인구의 20.7% 비중을 차지했다. 

반면 생산연령인구로 분류되는 15~64세는 같은 기간 1.1% 감소한 3587만 명으로 집계됐다. 

골드만삭스는 “세계 70개 국가의 부양인구비(경제활동을 하는 인구가 부양해야 하는 노인·유소년 인구 비율)를 분석한 결과 한국의 증가 속도가 가장 빠르다”고 분석했다. 

더구나 한국의 60대 이상 노령층은 저축 비중을 높이고 소비는 줄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가계 자산의 60% 이상이 부동산을 비롯한 비금융자산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고령층의 소비 성향이 낮아지면서 반도체 호황으로 기업에 쌓인 이익이 가계 소비로 흘러가는 효과도 제한되고 있다는 분석으로 풀이된다.

골드만삭스는 “한국이 올해부터 20년 동안 연간 2%의 경제 성장률을 유지하더라도 소비 증가율은 점차 악화해 마이너스(-)로 돌아설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 경제는 지난해부터 집중된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증가로 수출과 설비투자가 크게 늘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반도체 기업의 실적 개선과 주가 상승도 이어졌다. 

그러나 소매 판매는 2019년 수준에 머물면서 기업 부문의 호황과 민간 소비 사이에 격차가 나타나고 있다고 골드만삭스는 분석했다.

먼저 반도체 호황의 수혜를 입은 대만의 경우 고령화 문제에도 고령층 소비는 강세를 보였다. 

대만 가계의 순 금융자산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5배에 달하지만 한국은 GDP 대비 1배에 그치는 점이 두 나라 사이에 차이가 나타나는 원인으로 분석됐다. 

골드만삭스는 “한국 정부가 고령층이 보유한 주택자산을 소비에 활용할 수 있도록 유동화를 돕는 등 보다 즉각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