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피알 성과보상·자율성으로 젊은 직원 붙잡았다, 김병훈 인력 선순환 시동

김병훈 에이피알 대표이사(오른쪽)가 6월2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린 뷰티 포럼에 참석해 대담을 나누고 있다. <에이피알>

[비즈니스포스트] 김병훈 에이피알 대표이사가 빠른 성장 과정에서 잦았던 젊은 직원의 이탈을 축소하는 데 성과를 내고 있다.

과거에는 대규모 채용을 해도 적지 않은 직원이 퇴사해 인력 관련 연속성을 확보하는 일이 힘들었지만 지난해부터 대규모 채용이 실제 인력 축적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성과를 직원과 나누고 근무시간의 자율성을 높인 김 대표의 인사전략이 직원 유지에 힘을 보탠 것으로 분석된다.

30일 에이피알의 인력 현황을 종합하면 신규 채용은 늘어난 반면 퇴사자는 줄었다.

2025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에이피알의 국내 연결사업장 정규직 퇴사자는 2024년 140명에서 2025년 110명으로 21.4% 감소했다. 이직률도 같은 기간 26.5%에서 18.0%로 8.5%포인트 낮아졌다.

변화는 에이피알이 집중적으로 채용해온 젊은 직원에게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30세 미만 퇴사자는 2024년 79명에서 2025년 50명으로 29명 감소했다. 전체 퇴사자 감소분 30명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반면 채용 규모는 더욱 늘었다.

2025년 신규 채용한 임직원 427명 가운데 30세 미만은 338명으로 79.2%에 이른다. 많이 뽑은 만큼 많이 떠나는 구조에서 벗어나 새로 채용한 젊은 직원이 조직에 남기 시작한 셈이다.

김병훈 대표는 에이피알 창업 초기부터 젊은 인력의 빠른 실행력을 성장동력으로 내세워 왔다.

김 대표는 2014년 에이피알을 창업한 뒤 디지털 마케팅과 소비자 데이터를 활용해 제품 출시와 시장 대응 속도를 높였다. 직원에게도 문제를 주도적으로 끝까지 해결하는 ‘메이크잇’을 핵심 인재상으로 요구해 왔다.

2020년에는 ‘APR 2.0’을 선포하며 이를 회사의 공식 인재상으로 체계화했다. 조직이 커진 뒤에도 채용 과정에서 학력이나 경력만큼 조직 적합성과 주도적 문제해결 역량을 중시했다.

높은 성과를 요구하는 대신 보상을 실적에 연동하는 구조도 강화했다.

에이피알 직원의 1인 평균 급여는 2024년 5500만 원에서 2025년 9200만 원으로 67.3% 증가했다. 같은 해 주요 화장품기업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물론 지난해 평균 급여에는 일부 임직원의 주식매수선택권 행사이익도 포함돼 있다. 모든 직원의 임금이 일률적으로 67.3% 올랐다고 보기는 어렵다.

여기에 에이피알은 영업이익을 임직원과 나누는 이익배분제도(PS)를 연 1회 운영한다. 조직과 개인의 목표 달성도를 반영한 성과급(PI)도 연 2회 지급한다. 직원은 한 해 세 차례에 걸쳐 회사와 개인의 성과를 보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직원에게 지급된 전체 급여는 2024년 425억 원에서 2025년 851억 원으로 두 배가량 증가했다. 직원 수 증가율 18.6%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신흥 K뷰티기업 사이의 인재 확보 경쟁도 보상 확대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달바글로벌의 2025년 직원 수는 203명으로 2024년보다 48.2% 증가했다. 같은 기간 평균 급여도 1억4800만 원으로 18.4% 늘었다. 2026년 상반기 기준 평균 근속연수는 2.0년으로 에이피알과 비슷한 수준이다.

K뷰티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해외사업 인력을 대거 확보하고 있다. 에이피알도 채용한 인재를 지키려면 경쟁력 있는 보상체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에이피알 성과보상·자율성으로 젊은 직원 붙잡았다, 김병훈 인력 선순환 시동

▲ 에이피알의 이직률이 낮아지며 인력 구조가 이전보다 안정된 것으로 파악된다. 사진은 서울시 송파구에 위치한 에이피알 본사. <에이피알>


근무시간의 자율성을 높인 점도 젊은 직원의 정착에 힘을 보탠 것으로 보인다.

에이피알은 오전 8시부터 11시 사이에 출근시간을 고를 수 있는 시차출퇴근제를 운영한다. 연차는 별도 승인 없이 사용할 수 있고 2시간 단위 반반차도 허용한다.

구성원들이 각자의 역할을 책임감 있게 수행한다는 전제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제도라는 것이 에이피알의 설명이다.

직원평가에서도 보상은 에이피알의 상대적 강점으로 꼽힌다.

기업·직장 정보 플랫폼 잡플래닛에 등록된 전·현직자 평가에서 에이피알의 전체 평점은 5점 만점에 2.7점이다. 세부 항목 가운데 복지·급여는 3.1점으로 가장 높다. 승진 기회는 2.9점, 사내문화와 일·생활 균형은 각각 2.7점, 경영진은 2.3점이다.

익명 후기를 전체 직원의 평가로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다만 빠른 성장에 따른 업무 부담과 조직문화에 대한 아쉬움을 보상과 근무 유연성이 일부 상쇄하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김병훈 대표에게 인력 안정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에이피알의 경쟁력이 마케팅을 넘어 연구개발과 글로벌 운영 역량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에이피알은 2023년부터 풀스택 개발자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품질보증 엔지니어 등 정보기술 인력을 집중적으로 채용했다. 최근에는 미용·의료기기 연구개발과 해외 영업·마케팅 분야로 인재 확보 범위를 넓히고 있다.

과학과 기술을 새로운 경쟁력으로 키우려면 인재를 확보하는 것만큼 경험 있는 인력을 오래 유지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제품개발과 국가별 소비자 분석, 해외 플랫폼 운영 과정에서 축적한 경험이 퇴사로 빠져나가지 않고 조직의 역량으로 남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에이피알의 인력 안정이 모든 연령대에서 나타난 것은 아니다.

30~50세 퇴사자는 2024년 59명에서 2025년 60명으로 소폭 늘었다. 젊은 직원에게 나타난 정착 흐름을 해외사업과 연구개발, 생산·품질관리 경험을 갖춘 인력으로 확산하는 것이 다음 과제로 꼽힌다.

에이피알 관계자는 "에이피알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우수인재 확보에 적극 나서는 동시에 표준화된 운영 시스템과 조직 간 협업 고도화를 통해 경쟁력을 제고하고 있다“며 ”향후에도 역량과 성과에 걸맞은 보상과 도전적인 성장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구성원의 성장이 회사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더욱 견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