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간선거 앞두고 '데이터센터 규제' 공약 확산, AI 투자 확대 걸림돌되나

▲ 시위대가 7월27일 미국 미시간주 밀포드에 있는 GM 자동차 시험 설비에서 데이터센터 건설을 중단하라는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주도하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가 지역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이와 관련한 규제가 중간선거를 앞두고 주요 공약으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 중간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들이 잇따라 데이터센터 건설 중단이나 전기요금 부과 확대, 지역사회의 권익 강화 등 공약을 내세우며 향후 투자 확대에도 변수로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30일 악시오스와 뉴욕타임스 등 외신을 종합하면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의 데이터센터 반대 여론에 편승하는 공약들이 늘어나고 있다.

11월3일 중간선거에서 미국 유권자는 상원 100석 가운데 34석과 하원 전체, 주지사 50석 가운데 36석 등을 새로 뽑는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지역 내 데이터센터를 금지하겠다고 공약한 척 그레이 와이오밍주 연방 하원의원 후보(공화당, 현 와이오밍주 국무장관)가 지난 18일 열린 공화당 하원의원 예비선거(경선)에서 승리해 후보에 올랐다. 

유진 빈드먼 버지니아주 연방 하원의원 후보(민주당, 현 버지니아 연방 하원의원)는 지난 4일 주거지역과 학교 및 공원 인근에 데이터센터가 들어서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연임을 노리는 주지사들도 잇따라 데이터센터 관련 규제나 불이익을 강화하는 조치를 내놓으며 유권자들의 표심을 자극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조시 샤피로 펜실베이니아주 주지사 후보(민주당, 현 펜실베이니아주 주지사)는 지난 18일 데이터센터를 착공하기 전 기업이 지역 주민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주 주지사 후보(공화당, 현 텍사스주 주지사) 또한 지난 18일 데이터센터 기업이 전기 요금 인하에 기여하도록 의무화하라는 지시를 텍사스 공공사업위원회(PUCT)에 내렸다. 

폭스뉴스가 지난 7월27일 발표한 중간선거 여론조사에서 지역 내 데이터센터 건설에 반대한다는 응답은 70%로 나타났다. 건설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응답 또한 78%로 집계됐다.
 
미국 중간선거 앞두고 '데이터센터 규제' 공약 확산, AI 투자 확대 걸림돌되나

▲ 기중기가 25일 미국 버지니아주 애쉬번에 있는 데이터센터 건설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대 의사를 내비친 유권자들은 데이터센터가 에너지와 수자원을 대량으로 소비하고 소음을 유발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는 25일 보고서를 내고 “중간선거는 향후 미국 데이터센터 정책의 향방을 가를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선거 결과에 따라 건설 유예나 중단으로 인공지능 투자가 위축되거나 관련 기업의 주가 상승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알파벳(구글 모기업)과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과 메타 등 미국 빅테크는 인공지능 연산 고도화를 위해 미국 내 데이터센터 건설에 수천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은 이미 인공지능 관련 사업의 수익성과 재무 불안정성을 우려해 투자 속도를 조절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로이터는 7월17일 증권사 UBS의 보고서를 인용해 “대형 데이터센터 기업(하이퍼스케일러)의 자본지출(CAPEX) 연간 증가율은 2026년 76%에서 2027년 25%, 2028년 6%에 그칠 것”이라고 보도했다.

여기에 중간선거 결과까지 맞물려 건설 관련 규제가 강화된다면 데이터센터 투자가 더 위축될 가능성이 고개를 든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도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를 동력으로 삼아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 왔다.

결국 미국 중간선거 결과가 한국의 데이터센터 공급망 관련 기업들의 실적과 주가에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브루킹스연구소는 “데이터센터 건설 제한을 비롯해 인공지능 관련 투자를 늦추는 조치가 나온다면 특정 기업뿐 아니라 경제 전반에 어려움을 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