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KT 통신선로 유지보수를 둘러싼 협력사 비용 정산 논란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직접 조사로 확산일로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전 협력사가 KT와 KT넷코어를 함께 피신고인으로 적시하고, 업무 부과 과정과 비용 산정·지급, 평가제도 전반을 조사해달라고 요청하면서다.
 
KT 통신선로 '무급 유지보수' 논란 공정위로, 박윤영 협력사 대상 불공정거래·안전관리 '도마'

▲ KT넷코어 협력사의 통신선로 유지보수 비용 미지급 논란이 공정거래위원회 신고로 번지면서 박윤영 KT 사장(사진)이 협력사 대상 불공정 거래 관행을 없애고 상생 체계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KT 통신선로 유지보수 자회사인 KT넷코어는 올해 7월 협력사 대상 새 대가 체계를 마련했지만, 과거 유지보수 미지급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동안 대가산정 소급 적용 범위와 계약 종료 업체의 비용 정산 문제가 지적돼왔는데, 이를 둘러싼 논란이 공정위의 판결을 받게 될 전망이다.

최근 선로 유지보수 현장 작업 도중 발생한 인명사고까지 겹치면서, 박윤영 KT 사장과 최시환 KT넷코어 대표는 협력사 대상 갑질 의혹뿐 아니라 안전관리 문제까지 함께 풀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31일 비즈니스포스트가 확보한 공정위 민원 문건과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KT넷코어 전 협력사 벨코리아는 이달 6일 공정위에 ‘공정거래법 위반(거래상 지위 남용 등) 조사 요청서’를 제출했고, 현재 공정위 요청에 따라 추가 자료를 준비하고 있다.

문건에는 KT와 KT넷코어가 함께 피신고인으로 적시됐다.

벨코리아는 두 회사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통신선로 유지보수 업무를 맡기면서 이에 상응하는 비용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벨코리아는 공정위에 △협력사 운영 실태 △업무 부과 과정 △비용 산정 및 지급 실태 △평가제도 운영 실태 등의 조사와 함께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 필요한 시정조치 등을 요청했다.

공정위가 실제 조사에 착수해 KT의 역할까지 들여다본다면 이번 사안은 벨코리아 한 곳의 미지급 비용 분쟁을 넘어 KT그룹의 통신망 운영구조와 협력사 관리체계 전반의 문제로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함정기 벨코리아 대표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아직 공정위 조사가 착수된 것은 아니며, 추가로 보내달라는 몇 가지 자료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분쟁의 핵심은 과거 수행한 유지보수 업무에 대한 비용 지급 여부다.

벨코리아는 2025년 1월부터 같은 해 11월까지 KT넷코어 강남본부 관할인 화성과 수원 일대에서 지역전담 공사와 통신시설 유지보수를 맡았다.

벨코리아 측은 기존 유지보수 공사 업무에 더해 24시간 대기와 야간·휴일 출동, 긴급복구까지 담당하면서 인건비와 차량 유지비, 유류비, 장비비, 안전관리비 등이 추가로 발생했지만 이에 상응하는 비용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벨코리아가 KT넷코어에 청구한 금액은 약 3억4700만 원이다.

다른 협력사들도 이번 분쟁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공정위가 벨코리아가 요구한 과거 비용의 지급 필요성을 인정하면 다른 전·현직 협력사의 소급 정산 요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KT 협력사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함 대표가 요구하는 과거 비용은 지급하는 게 맞다고 본다”며 “한 곳에 지급하게 되면 다른 협력사에도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KT넷코어는 이른바 ‘무급 유지보수’ 주장에는 선을 긋고 있다. 유지보수 공사를 포함한 관련 업무에 대해 계약과 절차에 따라 비용을 지급해왔다는 입장이다.

KT넷코어는 최근 업무환경 변화와 현장 의견을 반영해 새 품셈과 할증제도를 포함한 대가체계를 마련하고, 올해 7월1일 이후 수행분부터 적용하고 있다.

다만 이 기준대로라면 7월1일 이전 수행한 업무와 이미 계약이 종료된 협력사는 새 제도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새 대가체계 마련에도 과거 비용 정산 문제가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이 이번 공정위 신고를 계기로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일부 협력사에서는 새 제도의 실효성을 두고도 여전히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한 협력사 관계자는 “(KT넷코어가) 새 기준에 따라 제대로 유지보수 비용을 줄 것인지 협력사들이 반신반의하고 있다”며 “실제 지급액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대가 지급 문제는 현장 안전과도 맞물린다.

일부 협력사 측은 24시간 장애 대응에 필요한 전담 인력과 차량·장비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아 선로 시공인력이 유지보수까지 병행하고 있으며, 야간 복구 뒤 다음날 다시 공사 현장에 투입되는 일이 반복되면서 피로가 누적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협력사들은 지난 6월 부산과 8월 제주에서 잇따라 발생한 통신선로 작업현장 인명사고도 이런 인력운영 구조와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유지보수 전담 인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기존 시공인력이 야간 장애 복구와 주간 공사를 함께 맡으면 작업자의 피로가 쌓여 사고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지난 6월 부산에서는 KT넷코어 협력사 직원이 작업 중 사고로 사망했고, 8월 제주에서는 전봇대 철거 작업 중 작업자가 크게 다쳐 육지로 이송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KT 통신선로 '무급 유지보수' 논란 공정위로, 박윤영 협력사 대상 불공정거래·안전관리 '도마'

▲ 최시환 KT넷코어 대표(사진)는 새 유지보수 대가체계 도입을 넘어 과거 유지보수 수행분 정산과 유지보수 인력·비용 구조를 보완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 KT 넷코어 >


이번 공정위 민원에 KT넷코어와 함께 KT가 피신고인으로 적시되면서 박윤영 KT 사장에게도 협력사 관리 문제라는 불똥이 튈 것으로 예상된다.

박 사장은 올해 취임 뒤 네트워크·보안을 통신 본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강조하며, 관련 분야에 3년간 12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통신선로 유지보수도 이 같은 본업 경쟁력을 떠받치는 영역인 만큼 협력사가 적정한 비용과 인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통신망 품질과 안정성 강화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KT넷코어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에 “앞으로도 협력사와 지속적으로 소통해 현장 의견을 적극 청취하고, 필요한 사항은 검토·반영해 나갈 예정”이라며 “협력사 상생협력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고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