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금융감독원이 ‘랩·신탁 돌려막기’와 관련해 처음으로 증권사 배상 의무를 인정했다.

금융감독원은 29일 열린 금융분쟁조정위원회에서 증권사가 고객의 ‘채권형 랩’ 상품을 운용하면서 리스크관리를 소홀히 해 고객에게 손해를 입힌 행위와 관련해 선관주의·충실의무 위반을 인정했다고 30일 밝혔다.
 
금감원 "증권사, 채권형 랩 상품 '돌려막기' 운용손실 60~70% 배상 책임 있어"

▲  금융감독원은 30일 채권형 랩 상품 손해와 관련해 증권사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증권사가 고객에게 입힌 손해 가운데 60~70%를 배상하도록 조정결정했다.

채권형 랩은 다수 고객자산을 운용하는 펀드와 다르게 증권사가 개별 고객과 계약해 자산을 운용하는 금융상품을 말한다.

개별 고객의 투자목적과 수요에 맞춘 운용이 가능하기에 법인 고객들이 단기자금 운용수단으로 선호했다.

하지만 2022년 하반기 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 신청 사건(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투자 손실이 발생하며 고객과 증권사 사이 분쟁이 발생했다.

금융감독원은 “이번 결정은 자본시장법상 증권사의 선관주의·충실의무 위반 여부를 판단한 최초의 조정결정”이라며 “투자자 재산을 위법하게 운용하면 행정상 제재가 부과될 뿐 아니라 민사상 책임도 부담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025년 2월 채권형 랩어카운트·특정금전신탁(랩·신탁)에서 이른바 ‘채권 돌려막기’ 등 불건전 운용을 한 9개 증권사를 재상으로 한 제재를 내리고 과태료를 부과한 바 있다.

채권 돌려막기는 고객별로 독립적으로 운용해야 하는 채권을 다른 고객 계좌로 넘기거나 다른 고객 자금으로 기존 고객의 손실·환매를 메우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고객 사이 손익이 이전되거나 증권사가 고유재산으로 손실을 보전하는 거래가 이뤄져 자본시장법 위반 논란이 제기됐다.

당시 금융위원회는 “이 제재는 채권과 기업어음(CP)의 불법 자전 및 연계 거래로 고객 재산 사이 손익을 이전하거나 증권사 고유재산으로 고객의 손실을 보전하는 행위에 대한 조치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이번 조정 결과를 알리며 “분쟁 발생 뒤 일부 증권사는 고객에게 자체배상을 진행했다”며 “하지만 배상금액 관련 고객과 증권사 사이 입장차이로 민사소송이 진행되거나 금융감독원에 분쟁민원이 접수되는 등 분쟁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법원에서 증권사의 배상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선고되자 금융감독원도 구체적 배상기준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이번 조정결정으로 증권업계의 비정상적 CP·채권거래 관행 개선을 유도하겠다”며 “앞으로도 분쟁조정위원회를 적극적으로 열어 소비자권익이 보호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