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균 삼성전자 IT모바일(IM) 부문 사장의 큰 고민 가운데 하나가 배터리다. 모바일 기기의 활용이 늘면서 배터리의 중요성은 높아지는데 '하드웨어의 삼성전자'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배터리는 취약하다. 신 사장은 곧 삼성그룹에서 개발한 배터리를 장착한 갤럭시기어2를 선보인다. 반전이 이뤄지고 신 사장의 고민은 끝날 수 있을까?
|
|
|
▲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 |
지난 12일 영국 소비자 가전 전문지 ‘위치(Which)’는 현재 출시된 태블릿 8개 제품에 대한 배터리 테스트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발표했다.
애플의 태블릿PC가 1, 2, 3위를 모두 차지한 반면,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 10.1(2014 에디션)은 5위에 그쳤다. 동영상 재생 시간 테스트에서는 아마존 킨들 파이어에도 뒤져 ‘꼴찌’라는 굴욕을 당했다.
'아이패드 에어' 배터리는 아이패드4에 탑재된 배터리(650g)보다 200g이나 무게가 줄었다. 애플의 이전 모델과 비교했을 때 28%나 가볍고 20% 더 얇다. 애플은 배터리에서도 혁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드웨어 하면 삼성이라는 공식에 비춰보면 무척 기분 나쁜 결과다. 삼성전자로서는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문제다. 소비자들의 관심은 이제 배터리로 향하고 있다. 모바일 기기 활용이 늘어나면서 더 작고 더 오래가고 충전시간은 더 짧은 배터리에 소비자들은 환호한다. 신 사장으로서는 고민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 신종균 사장, 갤럭시기어2로 배터리 성능 개선 인정받나
삼성전자는 과거부터 배터리 성능 때문에 소비자에게 신뢰를 주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국내에서 갤럭시S3와 갤럭시노트는 ‘스웰링 배터리(배터리 배부름 현상)’ 문제가 제기됐다. 당시 신 사장은 스웰링 배터리에 한해 갤럭시S3는 무상교체, 나머지 모델은 무상보증기간 1년으로 연장조치를 내려야 했다.
그렇지만 신 사장은 배터리에 대해 반전을 기대하고 있다. 오는 24일 열리는 MWC 2014에서 처음 선보일 ‘갤럭시기어2’가 반전의 주인공이다. 갤럭시기어는 배터리가 최장 10시간에 불과해 ‘너무 짧다’는 불만이 높았다. 소니의 ‘스마트워치2’ 배터리 대기시간은 최장 7일이고 사흘 정도는 충전하지 않아도 되는 것과 비교됐다.
갤럭시기어2는 이전 갤럭시기어와 달리 ‘웨어러블(Wearable) 배터리’를 장착한다. 삼성SDI에서 제조했다. 배터리 수명에 대해서는 아직 베일에 싸여있는데, 배터리 사용 수명을 대폭 향상시킨 것으로 알려진다. 배터리 수명이 평균 2~3일, 최대 6일까지 늘린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측은 이전 갤럭시기어의 배터리 제조사에 대해 함구하고 있지만 중국 업체에서 공급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갤럭시기어2에 삼성SDI가 제작한 배터리를 장착하기로 결정한 과정에는 숨은 얘기가 있다. 지난해 10월 30일 삼성사장단회의에서 삼성SDI 박상진 사장은 신 사장을 향해 ‘소신발언’을 했다고 한다. 박 사장은 “최근 해외에서 폭발로 문제가 된 ‘갤럭시S4’는 중국산 저가 배터리를 탑재한 제품”이라며 “중국산 배터리는 안전성에 문제가 있어 쓰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삼성전자가 원가 문제로 저가 배터리를 활용하는 데 대해 우려를 제기한 것이다.
박 사장은 다른 자리에서도 ‘웨어러블 커브드 배터리’를 삼성전자가 주문하지 않는 데 대해 섭섭함을 내비치기도 했다. 차세대 배터리 경쟁에서 LG화학에 뒤쳐진 것이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삼성전자에서 주문만 하면 양산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곧 기술력이 문제가 아니라 고객사를 확보하지 못한 탓이라는 얘기다.
◆ 애플은 아이워치에서 더 강력한 배터리 검토중
문제는 가장 치열한 경쟁자인 애플과 배터리 경쟁에서 밀리지 않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애플은 배터리 경쟁에서 훨씬 앞서가고 있다. 애플은 그동안 배터리 수명은 유지하되 배터리를 작고 가볍게 바꿈으로써 그 공간에 ‘소프트웨어’를 보충하는 전략을 써왔다. 애플은 아이패드 에어에 A7 프로세서 탑재하고 디스플레이를 개선해 배터리 사용 용량을 크게 줄였다.
|
|
|
▲ 출처: 영국 소비자 가전 전문지 ‘위치(Which)’의 브랜드별 태블릿PC 배터리 수명 조사 |
애플은 앞으로 선보일 스마트시계인 '아이워치'에는 무선, 동작, 태양광 등 여러 충전방식을 시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3일 뉴욕타임즈는 애플이 스마트시계의 단점인 짧은 배터리 지속성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애플은 한 번 충전으로 최소 3~4일 사용하는 배터리를 원하고 있지만 아직 요구수준에 적합한 제품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아이워치의 배터리 수명을 늘리기 위해 LG화학의 ‘스텁트 배터리’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스텝드 배터리는 일반 배터리에 비해 16%가량 에너지 효율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태양광 충전 방식을 비롯해 팔의 움직임에 따라 배터리가 충전되는 기능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자기유도 무선충전’이라 불리는 이 방식은 지난해 구글 넥서스4와 노키아 루미아 920 등을 포함한 스마트폰에도 적용된 바 있다.
애플이 올 하반기 아이워치를 내놓을 경우 삼성전자 모바일 기기의 배터리 성능은 또한번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그때 가서야 신 사장의 고민이 해결됐는지 결판이 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