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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 두번째)은 2015년8월19일 SK하이닉스를 방문해 46조 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밝혔다.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도시바 반도체 인수전에서 승리하기 위해 연합전선을 구축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도시바 반도체 인수전은 시간이 지날수록 지분매각 규모가 커지고 인수후보도 늘어나면서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바뀌고 있다.
최 회장이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재무적투자자(F1), 다른 반도체회사와 연합해 도시바 반도체 인수에 성공한다면 인수자금 부담을 덜고 중화권업체들의 반도체시장 진격도 저지할 수 있다.
◆ 최태원, 연합전선 구축하나
2일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이 도시바 반도체 인수전에서 사모펀드(PEF)의 도움을 받을 가능성이 나온다.
미래에셋금융그룹은 최근 미래에셋캐피탈을 중심으로 사모펀드를 구성해 SK그룹의 도시바 반도체 인수전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SK그룹 측에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가 도시바 반도체 인수전에 뛰어들면 미래에셋금융그룹이 자체자금과 투자자(LP)들로부터 돈을 모아 재무적투자자로 참여하겠다는 것이다.
최태원 회장도 이런 제안을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이 도시바 반도체 인수전에서 재무적투자자를 유치할 가능성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됐다.
최근 도시바 반도체 인수전은 도시바가 전체 지분을 매각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예상금액이 25조 원으로 커졌다. SK하이닉스가 보유한 현금성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4조1360억 원에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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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 |
SK그룹이 나서서 지원할 가능성도 있지만 SK그룹이 모두 감당하기에는 부담이 너무 크다.
SK하이닉스가 재무적투자자와 별도로 웨스턴디지털 같은 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축해 도시바 반도체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도시바가 반도체사업 지분을 19.9%만 매각하겠다고 했을 때도 컨소시엄 형태로 투자하는 방안을 고려했다.
SK하이닉스가 컨소시엄 형태로 도시바반도체를 인수하면 재무적 부담도 덜고 반도체시장에 진출하려는 신규업체를 막는 효과도 있어 이익을 더욱 늘릴 수 있다.
◆ 도시바, 통째매각도 검토
도시바는 원전사업 실패와 더불어 최근 LNG사업에서도 조 단위의 손실을 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반도체사업 전체의 매각도 고려하고 있다. 전체지분의 시장가치는 최대 25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도시바 반도체 인수후보로 거대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미국의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대표적인데 애플은 191조 원, 마이크로소프트는 45조 원을 현금성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다. 중국 국영기업인 칭화유니그룹의 경우 중국정부의 ‘반도체굴기’를 대표하고 있는데 올해 초 82조 원 규모의 반도체공장 설립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SK하이닉스가 단독으로 입찰할 경우 일본 재계의 반한 정서도 부담이 될 수 있다.
도시바는 유일하게 남은 일본 반도체회사인데 이 때문에 일본 재계에서는 한국과 중국 쪽에 매각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계 투자은행(IB)인 크레디트스위스(CS)는 이와 관련해 “SK하이닉스가 재무적 문제가 없더라도 도시바가 SK하이닉스에 주요자산(반도체사업)을 매각할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때문에 SK하이닉스가 미국 웨스턴디지털과 컨소시엄을 구축할 경우 단독입찰 때보다 인수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웨스턴디지털은 자회사인 샌디스크를 통해 도시바와 낸드플래시 생산공장을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어 도시바 반도체의 인수후보로 유력하게 꼽힌다.
◆ 최태원, 승리할까
최태원 회장은 신중하지만 결단을 내리면 끝까지 밀어붙이는 경영스타일로 유명하다.
최 회장은 고려대 물리학과를 나온 이공계 출신 오너다. 하이닉스 인수에 나서기 전에는 반도체 문외한이었지만 반도체 전문가들로 구성된 스터디모임을 만들면서 반도체분야를 공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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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
반도체를 직접 공부하면서 확신을 품었고 2011년 하이닉스 인수전에서 3조4267억 원을 써냈다. 이는 당시 시장예상가보다 10% 이상 비싼 금액이었다.
최 회장이 반도체사업과 관련해 확신이 있다면 도시바 반도체 인수전에서 시장예상가를 넘는 금액을 감당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최 회장은 2015년 8월 경영에 복귀하자마자 SK하이닉스를 찾아가 46조 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밝힐 정도로 반도체사업에 강한 애착을 보여 왔다.
SK하이닉스는 올해초 청주에 15조 원 규모의 낸드플래시 공장건설계획을 발표하기도 했으며 SK는 반도체원판(웨이퍼)업체인 LG실트론의 지분51%을 6200억 원에 인수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1위 반도체 위탁생산업체인 대만 TSMC가 도시바 반도체를 인수할 경우 SK그룹으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라며 “도시바 반도체 인수전 결과는 SK그룹의 핵심동력인 SK하이닉스의 미래를 결정지을 문제”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